망쳐버린 1년 농사 누가 보상하나
망쳐버린 1년 농사 누가 보상하나
  • 지정운
  • 승인 2011.10.24 09:06
  • 호수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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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곡면 신금들 침수피해 심각

수확을 하지 않고 있는 신금들의 벼.

관련 부서들 “우리 소관 아니다” 떠넘기기 급급

옥곡면 신금들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들이 침수에 따른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으나 시는 민원을 맡을 부서도 확실히 정하지 못하는 등 미온적 대처로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옥곡면 신금리 주민 박 모 씨 등 14명은 지난 8월 태풍 무이파로 인해 논 10ha 정도가 침수피해를 입어 벼 수확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상습적인 침수대책과 피해 보상을 지난 9월 광양시에 요구했다.

이들은 또 산단 조성으로 인해 침수피해가 커진 것이 확실한 상황임에도 산단 시공사와 시 산단조성과, 건설과 등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등 민원처리를 회피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을 함께 요구했다.
주민들은 민원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시장과 시의회 의장에게 탄원서를 제출하는 한편, 벼 수확을 포기하고 기자들을 초청해 벼 논에 불을 지를 계획까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현재, 이곳에는 대부분의 논에서 수확이 이뤄졌지만 박 모 씨의 논은 여전히 수확을 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있다. 수확해 봐야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인근 마을 이장 박 모 씨는 “침수된 논을 탈곡했더니 수확량이 평년의 10%도 안된다”며 “수확을 해봐야 콤바인 기름 값도 안나온다”고 안타까워했다.

수확을 안 한 박 씨의 경우 재해로 인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농지가 좁아서이다. 시 관계자는 “재해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일반작물의 경우 2727㎡(825평) 이상의 피해 면적이 나와야 하지만 그 정도 면적이 되지 않아 규정상 보상을 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땅을 많이 가진 사람만 피해 보상을 해준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관련 공무원들도 재해 피해 보상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인재냐 재해냐를 놓고 관련 부서의 갑론을박도 무성하며 보상 관련 민원을 맡을 부서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라 주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산단조성과 관계자는 서운한 사람이 없도록 최대한 노력 중 이란 말만 남긴 채 민원을 맡겠다는 말은 끝내 없었으며, 건설과도 업무 특성상 보상 관련 업무를 맡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항만도시국장도 민원과 관련 정확한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채 “알아 보겠다”는 궁색한 입장만 내놓았다.

마을 주민은 “작년 재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고스란히 3년 연속 침수피해가 되풀이 됐는데도 피해보상은 요원하다”며 “내년에도 피해가 예견되는데 시에서는 아직 배수 펌프장 설치를 위한 사업비 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시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한편, 광양시가 파악한 피해 원인 분석 자료에 따르면 신금들 일원은 지난 8월 태풍 무이파로 인해 바다와 연접한 10ha 정도가 침수피해를 입었다. 특히 신금산단 공사현장에서 유입된 황톳물이 벼의 끝부분까지 완전히 덮어 버리는 ‘관수’ 상태가 2일 동안 지속되며 피해가 더욱 커졌다.
이 시기는 벼의 수잉기(곡식이 여물기 위해 알이 배는 시기)로, 황톳물에 벼가 완전히 잠기며 양분과 수분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벼의 불임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