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폭염에 공연 취소 소동
서커스, 폭염에 공연 취소 소동
  • 지정운
  • 승인 2012.07.30 10:13
  • 호수 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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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공연은 30분 늦게 시작
매화관 빅탑에 물을 뿌리고 있는 소방차

‘2012 광양월드아트서커스페스티벌’(이하 서커스)에 참가하고 있는 영국 공연팀이 찜통 더위를 호소하며 지난 24일 낮 2시 공연을 취소한데 이어 25일에는 공연 시간을 30분 지연하는 등 서커스가 ‘무더위’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서커스 조직위는 이날 낮 1시30분 쯤 영국의 엘리멘탈팀 싸티아 단장이 공연장(매화관) 내부가 너무 더워서 공연을 할 수 없다고 통보해 오자 공연 취소를 결정했다.

이날 조직위 관계자는 “엘리멘탈 공연이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다 무더위에 땀이 흐르면 손과 발이 미끄러저 자칫 위험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연팀 단장이 중단을 통보해왔다”며 “조직위에서도 사고 위험 때문에 어쩔 수없이 영국 공연팀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광양지역 최고 기온은 33도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공연장 내부의 경우 관람석은 31도 정도를 보였지만 공연팀이 공중 곡예를 펼치는 무대 안쪽 천정은 50도까지 온도가 치솟았다는 것이 조직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직위는 공연이 취소됨에 따라  관람객들에게 10여 분 정도의 지상 공연을 잠깐 선보이고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이해를 구했지만, 일부 관람객들은 “공연시간이 임박해서야 취소를 통보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조직위는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 350여명을 대상으로 환불 조치하거나 교환권으로 대체해줬다. 조직위는 엘리멘탈의 공연 펑크 이후 공연장내에 에어컨을 추가 설치하고 광양소방서의 협조를 얻어 물차를 동원하는 등 부랴부랴 찜통더위 대비에 나섰다.

하지만 25일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조직위가 야간 작업을 통해 악어쇼장의 에어컨을 추가로 공연장에 설치했지만 공연장의 온도는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던 것. 공연팀은 30여 분을 기다린 뒤 공연을 강행했고, 관람객들은 땀을 훔치며 뜨거운(?) 공연을 관람했다. 이번 폭염은 서커스 취소 소동 외에도 진기한 볼거리도 선사했다. 광양소방서 소방차가 25일 오후 2시 엘리멘탈 공연에 앞서 매화관 ‘빅탑’에 물을 쏘는 장면이 포착된 것. 이날 광양지역은 34도의 불볕더위로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공연장 내부는 온도가 더욱 상승해 소방차가 천막 외부에 16톤 가량의 물을 사용했다.

이번 소방차 출동으로, 소방차가 화재 진압 목적이 아닌 공연 현장 편의를 위해 강력하게 분사한 사례를 남겼다. 소방차가 쏘아댄 물은 또 다른 볼거리도 만들었다. 물이 공연장 내 무대로 떨어지면서 공연 줄거리에 없는 물청소 장면이 연출된 것. 갑작스레 물이 쏟아지자 연기하던 배우가 밀걸레를 가져와 물을 무대 아래로 밀어냈고, 어린 소녀는 수건을 가져와 바닥을 닦았다. 막판에는 여러 배우가 소품으로 사용하는 이불을 가져와 물기를 닦아내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 와중에도 공연 상황이 물속 세계를 표현하고 있었던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