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공사랑나눔봉사단, 다문화가정 필리핀 고향집 방문을 다녀와서
포공사랑나눔봉사단, 다문화가정 필리핀 고향집 방문을 다녀와서
  • 광양뉴스
  • 승인 2012.09.17 09:39
  • 호수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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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참 열매’ - 광양제철소 열연부 이현수 -
필리핀 까비떼 고아원 원생들과 함께.

사람의 인연은 참 묘하다. 일부러 만든 것도 아닌데 그동안 많은 집수리 봉사로 여러 가정을 만났지만 특이하게 2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한 가정이 있다. 그 가정 덕분에 뜻하지 않게 처음으로 필리핀이라는 나라에 가보는 기쁨까지 누렸으니 난 분명 행복한 사람이다.

필리핀 해외봉사까지 후원금 모금 및 봉사자 모집까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리는 ‘일당백’의 능력을 갖춘 7명의 봉사자를 모집해 지난 5일, 4박 5일의 일정으로 필리핀으로 떠났다. 봉사자들은 ‘체릴린말라아리’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필리핀 고향 방문 길에 올랐다. 공항을 빠져나와 30여개의 박스를 차에 실고 5시간 넘게 달리고서야 체릴린말라아리 친정집에 도착했다. 이때가 밤 11시였으니 출발한지 18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체릴린말라아리 모친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간 선물을 전달했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을 경계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봉사자들은 처음 인사만 나누고 숙소로 돌아와 봉사 활동 내용과 역할 분담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힘든 하루 피곤을 달랬다.

다음날 다시 체릴린말라아리 친정집을 방문해 모친께 우리가 할 봉사활동 내용을 설명하는데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봉사단에서 사전에 계획한 봉사는 사전 답사를 통해 집안 내부를 파악하고 왔기에 노후한 전선 교체와 망가진 싱크대 수리, 녹슨 철문 도색 작업이었다.

하지만 전선교체는 필리핀 정부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는 소식에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체릴린 모친께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이 있다며 그것을 해줄 수 있느냐고 했다. 통역을 하는 체릴린은 중간에서 그건 안 된다고 말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체릴린 모친이 갖고 싶은 것은 세탁기였다. 봉사자들은 긴급하게 회의에 들어갔다. 사실 현재까지도 많은 비용이 초과되었기 때문이다. 회의하는 도중 봉사자들은 서로 각출을 하더라도 체릴린 모친께 기쁨을 드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체릴린말라아리와 함께 가전 판매점에 가서 세탁기를 함께 고르고 친정집의 좁은 공간에 설치까지 마쳤다.

들어가는 공간이 좁아 출입문을 완전히 해체하고서야 겨우 집어 넣을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설치가 끝나고 세탁기가 잘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체릴린 모친의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봉사자들 또한 즐겁기만 했다. 봉사자들에게 다가와 모친을 대신해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어 감사하다며 말하는 체릴린에게 봉사자들은 조그만 것이지만 행복을 드릴 수 있어 우리가 더 기쁘다며 서로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편 봉사자들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녹슨 철문에 방청 페인트를 칠하고 지저분한 벽도 깨끗하게 도색 작업을 펼쳤다.

다음날 찾아간 곳은 까비떼 고아원이었다. 약 90여명의 원생들이 생활하는 이곳은 원생들에게 교육도 시키고 기술을 가르쳐 직업을 갖게 하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때 우린 또 놀랐다. 어쩜 이번 해외 봉사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쁨의 놀라움이었다. 80여명의 원생들이 강당에 모여 우리들을 맞이하며 열렬히 환영해 주었던 것이다. 태어나서 이렇게 환영을 받아 보기는 봉사자들 모두 처음이었다.

준비해간 20여개의 후원물품 박스를 전달하고 나서 강당에 모인 모두가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원생들이 좋아하는 농구 경기도 했다. 아이들과 함께 자리에 앉아 “대~한 민국”, “아이 러브 포스코”를 외치며 한국에 대해 설명하고 마음으로 하나 되는 시간도 가졌다.

함께 하던 시간을 마치고 헤어질 때 서로 달려와 봉사자들 손을 붙잡고 품에 안기는 아이들을 보면서 그냥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 준 것도 없는데 이리도 반갑게 맞이해 주고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순수함을 보면서 봉사자들 모두가 한결 같이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고 다짐을 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겨낸 봉사자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말없이 물품 후원과 금전적으로 후원해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사랑은 나누면 더 커진다는 말을 제대로 체험하고 돌아온 행복한 시간이었다. 감사하고 나누며 사는 생활이 정말로 행복이라는 것. 내 주변에서부터 조금씩 그 나눔을 실천해 봄이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