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변호사 며느리 둔 남문세탁소 김덕한 씨, 그 후 3년
중국변호사 며느리 둔 남문세탁소 김덕한 씨, 그 후 3년
  • 정아람
  • 승인 2013.02.04 10:49
  • 호수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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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중국 사법고시에 합격해 화제가 돼 광양신문에 실린 남문세탁소 김덕환 씨 며느리 이금산씨. 지금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 다시 찾았다. 김덕환 씨는 아직도 세탁소를 운영하고 며느리는 중국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광양읍에서 남문세탁소를 운영 중인 김덕한(62)씨의 며느리인 이금산(28)씨가 9월 19일부터 이틀 동안 중국에서 치러진 제8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씨는 중국 하얼빈 출생으로 천징재경대학교에서 경제법을 전공했다.

2004년 졸업 후 현지 한국기업에 취업하고 직장 동료로 만난 김상균 씨와 2년여의 연애 끝에 2006년 6월 결혼했다.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고향인 광양에 정착해 슬하에 1남을 두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다.

이금산 씨는 결혼 후에도 친정 부모님의 바람이기도 했던 변호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광양시립도서관에서 2년 동안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작년에 있었던 제7회 사법고시에서 한번의 아픔을 겪었던 이 씨는 시부모님과 가족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지난 11월 21일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중략)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한 후에도 이 씨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내년 3월부터 있을 연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1년간의 연수를 마치면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변호사 자격증을 받게 된다. “변호사 임용 후에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재정 특허 등 경제자문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대학교 시절 존경했던 교수님과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중략)』(광양신문 340호 2009년 12월 3일자 3면)

김덕한(65) 남문세탁소 대표

지난 2009년 광양신문에 실린 중국 며느리 이금산 씨의 중국 사법고시 합격 기사다.

3년이 훌쩍 지난 지금 이 며느리와 남문세탁소는 어떻게 변했을까? 

김덕한(65) 남문세탁소 대표는 오늘도 새벽 4시30분이면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간단히 세수를 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서산을 향해 달리는 김 씨.

그는 서산에 오를때마다 며느리가 생각난다. 김 씨는 “중국에 살고 있는 며느리와 함께 백운산과 서천공원 그리고 서산으로 새벽운동을 자주 갔었다”며 “며느리는 중국에서 변호사 생활을 열심히 잘 하고 있으며 올 여름 광양에 올 계획이다”고 말했다.

며느리 이금산 씨는 현재 중국에서 2년 동안의 변호사 교육을 거쳐 변호사활동 1년차에 접어들었다. 손주도 어느새 8살이 돼 천진국제학교에 재학 중이다. 아들 상균 씨도 물류관련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고 있다.

안부를 전하며 기쁨에 가득한 그는 “연락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매일 손자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세탁소 한편에 자리 잡은 손자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김 씨는 아들 상균 씨를 생각하면 미안함부터 생긴다. 좋은 옷도 많이 입히고 맛있는 반찬도 많이 먹이고 싶었지만 상황이 어려워지자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남문세탁소를 열었고 1남 1녀를 키웠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에는 세탁소가 어느 정도 장사가 잘돼 자식들을 키울 수 있었지만 점점 힘들어졌다.

하지만 자식들은 알아서 쑥쑥 커갔다. 광양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순천대 중어중문으로 진학을 한 아들은 졸업 후 중국으로 공부를 하러 갔다. 김 씨는 “자식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해줘서 덜 힘들었어”라며 “먹고 살기 힘들어서 죽을 거 같았지만 자식들이 알아서 잘 커주고 포기하지 않으니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모가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들 알아서 큰 다는 말이 맞는 말이더라니까”라고 덧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중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상균 씨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며 부모님을 중국으로 모셨다.

김 씨는 며느리를 보기 전에도 이미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여의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바르고 곧게 커준 아들에 대한 믿음이 컸기 때문에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까지도 저절로 믿음이 갔다.

남문세탁소의 가장 반가운 향기는 며느리 이야기 말고도 또 있다. 그것은 바로 간판이다. 옛날의 그 향기를 간직하고 싶어서 간판을 바꾸지 않는다는 김 씨. 그는 “옛날 향기도 향기지만 간판을 번지르르하게 바꾼다고 속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며 “거창한 꾸밈이 없이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