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단 설립 조례안 ‘보류’ 놓고 엇갈린 시각
문화재단 설립 조례안 ‘보류’ 놓고 엇갈린 시각
  • 이성훈
  • 승인 2013.06.24 10:36
  • 호수 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행부 “조례안 통과 후 세부사항 논의해도 된다” 섭섭

시의회 “기초를 확실히 다진 후 출발해도 않늦어” 고집


광양시의회는 지난 19일 제221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문화재단 조례안을 보류했다.

“문화재단 설립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기상조”라는 것이 시의회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조례안은 올 연말에 재심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문화재단 조례안을 놓고 시의회와 집행부의 시각은 전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일단 총론인 문화재단 설립에 대해서는 의회도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설립해야 하는지,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각론에 들어가면 집행부와 의회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집행부는 조례안을 우선 통과시킨 후 세부적으로 논의하자는 것이다.

이삼희 문화홍보담당관은 “의회에서도 문화재단 설립에 찬성한다면 우선 조례부터 통과시켜주고 세부 사항을 논의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집행부로서는 이왕 통과시켜줄 바에야 지금부터라도 재단 설립을 위한 기틀을 마련해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의회는 다른 의견이다. 김성희 의원은 “조례안을 통과시키면 예산이 수반된다”며 “처음부터 어정쩡하게 추진하는 것보다는 기초를 단단히 다진 후 출발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전국 지자체의 문화재단이 제대로 성공을 거둔 경우가 드물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가 섣불리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정치적 의혹 놓고 ‘티격태격’

이런 표면적인 것 외에도 조례안 보류에는 정치적인 시각도 깔려있다.

의회는 문화재단이 이성웅 시장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기 위해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품고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의회에서는 되도록 내년 이성웅 시장 임기 후 새로운 시장이 추진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시장이 이제 임기 1년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그동안 진행했던 사업들을 정리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성희 의원은 “조례안 내용 중에 시장이 재단을 지도ㆍ감독하고 공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례부터 제정하려다 보니 보은 인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의회의 이 같은 시각에 집행부는 불편한 기색이다. 시 관계자는 “임기 1년 앞둔 시장이 무슨 영화를 누리기 위해 정치적인 자리를 마련하겠느냐”며 불쾌해했다. 청렴ㆍ도덕성을 앞세우고 자식의 결혼 까지도 비밀에 붙였던 이 시장의 성품상 문화재단을 정치적인 자리로 설립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시의회는 차라리 조례안을 부결시키지 애매하게 보류로 만들어서 오히려 자신들이 정치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되받아 쳤다.   

이번 조례안 보류를 놓고 이 시장과 시의원들의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느냐는 시각도 있다.
한 공무원은 “문화재단이 필요하다면 조례를 우선 통과시킨 후 천천히 추진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조례 부결도 아닌 ‘보류’로 어정쩡하게 결정한 것은 시장 하는 일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회가 조례안을 보류시킨 이상 올 연말 임시회에서 재심의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집행부는 일단 조례안을 수정, 보완한 후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