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지역화합이 우선”…두 후보의 뭉클한 ‘화해’
[현장에서]“지역화합이 우선”…두 후보의 뭉클한 ‘화해’
  • 이성훈
  • 승인 2014.06.30 09:32
  • 호수 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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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복 당선인과 김재무 전 새정치민주연합 시장 후보가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23일 점심. 중마동 한 식당에서 정현복 시장 당선인과 새정치민주연합 광양시장 후보였던 김재무 전 전남도의장이 자리에 모였다.

수개월 동안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으니 두 후보의 편안한 점심 자리는 아주 오랜만이었을 것이다. 정현복 당선인이 먼저 들어오고 몇 분 후 김재무 후보가 식당에 도착했다. 두 인사는 정겹게 악수를 나누고 서로 안부를 물었다.

김재무 후보는 “시장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시정 경험이 풍부한 만큼 지역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먼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정 당선인은 “이렇게 정겹게 다시 만나게 돼서 정말 반갑다. 본의 아니게 선거 때 불편하게 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답했다.

이후 두 후보는 취재진 앞에서 악수하는 장면을 잠깐 보여준 후 점심을 하며 그동안 소원했던 감정을 털어냈다. 이번 시장 선거에서 두 후보는 광양시장 자리를 놓고 불꽃 튀는 선거전을 벌였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쳐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며 흑색선전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정 당선인 측이 김 의장의 전원마을 관련 부동산 투기의혹과 재산신고 누락을 제기하자 김 의장 측은 정 당선인의 재산형성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김 의장 측은 정 당선인 측을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선관위에 고발했고, 선관위는 이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서 광양경찰로 넘어와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자리는 정 당선인이 선거과정 잡음에 대해 조건 없는 사과를 해오자 김 전 의장이 전격적으로 수용을 결정하며 이뤄졌다. 사과를 받아들이는 김 전 의장의 결심은 쉽지 않았다.

그는 “캠프에서 좀 더 강력하게 대처하자는 목소리, 다른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해 확실해 대응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김 전 의장은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고 말했다. 고심 끝에 화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김 전 의장은 “제 진심이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에게 다가갈 것으로 믿는다”며 “당장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지역 발전과 화합을 위해 한발 양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자리는 두 후보가 선거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치유하고 광양 발전과 지역 화합이라는 대의명분을 살렸다는 평가다. 정 당선인은 지난 21일 김 의장을 직접 찾아 화해를 구했고, 둘은 선거 과정의 앙금을 털어버리기로 뜻을 모았다.

정 당선인은 이날 오찬장에서 “오늘의 화해와 용서의 만남은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아픔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모든 아픔도 제가 안고 가야하는 만큼 변명 없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선거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좌우명을 밝힌 만큼 발목잡기를 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며 “이번 결정은 맹세코 광양의 발전과 지역 화합을 위한 대의차원이란 점을 당선자에게 밝혔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지역 선후배를 넘어 정 당선인이 광양부시장을 역임했을 때 김 전 의장은 도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재무 전 의장은 “광양시 예산확보가 거의 꼴찌에 머물렀을 때 정 부시장께서 저와 함께 노력해 상당한 예산을 확보했었다”며 “정 당선인은 예산 전문가인 만큼 무엇보다 예산확보에 큰 힘을 쓰실 것이다”고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렇게 두 후보 간 화해의 자리는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김재무 전 의장은 비록 선거에 졌지만 깨끗이 승복하고 화해를 받아들이며 대인배의 기질을 보였다. 정 당선인도 먼저 손을 내밀며 포용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화합을 강조했다. 두 후보 모두 승자인 셈이다.  

누군가를 반드시 떨어뜨려야 자신이 이기는 선거는 분명한 전쟁이다. 선진국이야 선거를 축제로 즐기겠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축제보다는 전쟁에 더 가깝다. 때로는 상대방의 흠집을 부풀리거나 허위사실을 알려 치명타를 주기도 한다. 선거가 끝나면 이런 상처와 반목이 결국 법적시비로 휘말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거 앙금을 깨끗이 털어낸 만큼 정현복 당선인은 이제는 화합의 시대로 민선 6기를 시작해야 한다. 의정 경험이 풍부한 김 전 의장에게 고견을 듣고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의 목소리에도 눈과 귀를 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