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골목상권을 살린다 [9] 어떤 옷도 다 다룰 수 있다…재봉전문 ‘빠르고 예쁜’
지역 골목상권을 살린다 [9] 어떤 옷도 다 다룰 수 있다…재봉전문 ‘빠르고 예쁜’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0.03.27 17:46
  • 호수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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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봉만 30년…각종 티셔츠부터 밍크까지
고객응대는 서툴지만 실력만큼은‘최고’

광양신문이 창간 21주년을 기념해‘골목상권살리기’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계속되는 경기침체와 대형마트, 대형식자재마트 등 기업형 마트로 인해 침체돼 가는 지역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소규모 자영업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첫 프로젝트로‘중마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80여업체 중 참여를 희망하는 20여업체를 소개하는 기사를 통해 홍보를 할 계획이다. <편집자주>

 

‘드르륵 드르륵’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찢기거나 구멍난 옷감이 원래의 모습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오히려 옷감의 재질과 결에 따라 재봉 방식을 고민하거나 새롭게 디자인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냥 재봉하면 편하겠지만 옷의 원래 모습이, 디자이너가 가졌을 고민이 바뀌는 게 싫다. 중마시장 재봉전문점‘빠르고 예쁜’의 장사 철학이 그렇다.

빠르고 예쁜은 중마시장 3번 출입구로 들어서면 첫 번째 모퉁이 오른쪽에 바로 보이는 곳이다. 각양각색의 실이 한쪽 벽에 빼곡하고, 고객이 맡겨둔 옷이 다른 한쪽에 걸려있다.

이곳은 티셔츠부터 수제옷, 실크, 가죽, 밍크까지 각종 옷감을 모두 수선할 수 있다. 재봉경력 30년이 넘은 박성은 대표가 8년째 운영 중이다.

박 대표는 22년 동안 서울에 있는 한 샘플실에서 재봉을 해왔다. 샘플실은 각종 의류기업이나 디자이너가 시즌 새로운 옷을 낼 때 옷감과 부자재, 디자인 등을 미리 실험해 보는 곳이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해오면 재단사가 재단하고, 박 대표가 재봉한다. 디자인 연구가 주목적이다 보니 하루에 한두 벌만 제작하면 됐다.

8년 전, 가족일로 광양에 내려와 장사를 시작한 박 대표는 처음엔 조금 힘든 시기를 보냈다. 디자인도 재단도 모두 자신의 몫이고, 고객응대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광양시 여성상친회에 들어가 지역 봉사도 6년째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고객이 욕을 하면 듣고만 있었고, 재촉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했다.‘옷감이 이게 아닌데’,‘결이 다른데’등 머릿속에서만 맴돌 뿐 입으로 쉽게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가끔은 퉁명하고 불친절하다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럴 때면 지금도 다시 와달라고 부탁하는 제자들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이제는 물려줘야 할 때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빠르고 예쁜’의 장점은 각종 옷감을 다 다룰 수 있으면서도 옷 본연의 디자인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점이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가 실과 각종 부자재를 계속 보내기 때문에 재료도 고급이다.

박 대표는“고객을 많이 상대해보지 않아 퉁명하다며 오해를 받을 때가 많았다”며“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오해를 받으면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어떤 옷감이라도 갖고 오면 각종 팁과 함께 디자인을 살려 수선할 수 있다”며“아직도 장사는 서툴지만 고객이 옷이 너무 예쁘게 됐다며 인정해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 주소 : 광양시 중마중앙로 88(중마시장 내)

▶ 문의 : 010-8277-97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