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의 안전이 최우선… ‘친절한 정철 씨’
승객의 안전이 최우선… ‘친절한 정철 씨’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0.04.17 15:33
  • 호수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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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교통 운전기사 신정철 씨
승객들에게도 동료들에게도 친절맨‘인기’

 

신정철 씨(45)는 중마터미널에서 순천을 오가는 990번과 991번 노선버스를 운행한다.

‘친절한 버스기사님이 계시는데 꼭 인터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신정철 씨를 만나러 갔다.

지난 14일, 중마터미널 뒤편 종점으로 막 운행을 마친 990번 버스 한대가 들어왔다.

신정철 씨가 버스에서 내려와 운행대기중인 동료기사들에게 밝은 얼굴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김재민 동료기사는“오랜 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승객들에 대한 친절도가 떨어지기 마련인데도 정철 씨는 변함없이 친절하다”며“인사성도 바르고 성품도 정말 좋은 친구다”고 신 씨를 칭찬했다.

신정철 씨를 친절하고 고마운 기사로 적극‘추천’한 승객의 전화를 받고 그에게 바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처음엔 거절했다.

이유는 손님들에게는 친절하지만 운전을 하다보면 신호와 속도를 위반하는 등 교통법규를 어기는 경우가 있어 도로의‘범법자’가 될 수도 있는데 손님들의 안전을 지켜야 하는 기사로써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신정철 씨는“노선 한 바퀴를 도는데 100여분이 소요된다. 코로나19 이전 평소에는 한 회당 평균 100여명이 버스를 이용했다”며“아무리 바쁜 사람이 있다 해도 누구를 위해 빨리 달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안전을 위해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광양교통에는 108명의 운전기사가 근무하는데 무척 친절한 기사님들도 많이 계신다. 더 친절한 동료기사님들도 계신데 대신 인터뷰를 하게 돼서 쑥스럽고 감사하다”며“무엇보다 친절하고 안전하게 운행을 할 수 있는 것은 항상 차량정비를 꼼꼼히 해주시는 공장장님 덕분이다”고 자랑했다.

신정철 씨는 출퇴근 버스를 운행하다 광양교통에 입사해서 노선버스를 운행한지 2년 정도 됐다. 경력이 쌓인 신 씨의 눈에 승객들의 불편이 눈에 들어온다. 버스정류장에 멋대로 주차하는 운전자들로 인해 정작 버스는 정해진 정류장에 정차를 하지 못하고 도로에 차를 세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이런 승객들의 불편은‘차를 왜 도로에 세워서 승객들을 힘들게 하느냐’고 운전기사에게 항의를 해 가끔 승객과 시비가 일기도 한다고.

어느 날은 약주한잔을 걸친 한 남성이 여학생의 어깨를 툭 건드는 걸 보고 ‘왜 학생의 어깨를 치느냐, 파출소에 전화하기 전에 내리든지 조용히 가시든지 하라’고 화를 낸 적도 있다고 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직업의 철칙으로 여기는 신정철 씨는 승객들로부터 친절하다는 칭찬을 받을 때면 에너지가 마구 솟는다고 한다.

사고 날 뻔한 상황에서 뒤차가 빵빵거리고 시비를 걸면 승객들이 먼저 나서서 신 씨의 편을 들어주기도 하고, 지난 2월 화이트데이에 중마동 서울병원 앞에서 탄 한 여학생으로부터 난생처음 초콜릿을 선물로 받았다고 자랑한다. 자신의 직업을 뿌듯해하는 소박한 신정철씨가 행복해 보인다.

“웃으면서 인사 한 번 해드린 것 뿐인데 친절하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시니 감사할 뿐이다”며 활짝 웃는 정철 씨는 아직 미혼이다. (그가 인터뷰에 응한 건 어쩌면‘공개구혼’의 속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서 오씨요”

“천천히 올라오씨요”

“뭔 짐을 그리 많이 갖고 오요? 사람 탈 자리도 없는디...”

말로는 투덜거리는 척 하지만 신 씨의 손은 어느새 어르신들의 짐을 차안으로 들여놓고 있다.

누구보다 친절하게 승객을 맞이하고 오일장에 물건을 팔러 가는 어르신들의 짐을 말없이 들어올려 주는 신정철 씨는 정말 친절한 기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