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속 알라마르 유기농 농장
아파트 단지 속 알라마르 유기농 농장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7.10 09:14
  • 호수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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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농약 대신 퇴비와 천적으로 농사 농장 종업원이 장관 보다 월급 많아
미국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연일 정국이 들끓고 있다.
하지만 촛불집회로 표현되는 이 거리집회의 주체는 축산업자들이 아니다. 청소년에서부터 남녀노소가 연일 거리로 나온다. 특히 유모차를 끄는 어머니들도 대거 나섰다. 이는 다름 아닌 남편과 자녀들의 식탁에 오를 먹을거리 문제이기 때문에 주부들도 발 벗고 나선 것이다. 나라 경제가 나아지면서 이제는 단순히 허기를 채우던 시대가 아니다. 농약에 범벅된, 방부제에 절은 식품이 아니라 건강을 보존하는 안전한  먹을거리가 우선시 되고 있다.  

그렇다면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게다가 가격도 저렴한 식품을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나라가 있는가. 바로 쿠바이다.
지난 5월 17일부터 27일까지 국내 지역주간지 7개사 기자들이 생태농업 도시, 쿠바를 취재했다. 이번 특별취재는 비단 생태농업뿐만 아니라 인종, 복지, 교육 등 쿠바 사회 전반을 알 수 있는 기회였으며 취재단은 큰 교훈을 안고 돌아왔다. 생태농업을 중심으로 쿠바의 이모저모까지 겸해 보도한다.
(편집자 주)
 
 
쿠바의 수도 아바나는 농지가 도시의 40%를 차지한다. 이처럼 전국에서 개인농장, 협동조합농장, 자급농장 등 8천여개의 농장과 텃밭에서 3만여명의 시민이 경작을 하고 있다. 채소와 농작물이 1만5천여 헥타, 축산업까지 포함하면 3만여 헥타에 이른다. 이 중에서 알라마르 협동조합을 취재했다.

아바나 시내에서 차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아파트 단지가 늘어선 곳에 이르자 울타리를 두른 농장 하나가 나타난다. UBPC(조합설립 후 국가 소유의 땅을 무상 임대해 농사짓는 형태) 알라마르 협동농장이다,
1960년대 카스트로가 혁명에 성공 할 당시에는 전체 인구의 약 80%가 농촌에 거주했다. 그러나 농업기계화 등으로 농촌 인구, 그 중에서도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도시로 빠져나갔다. 게다가 90년대 들어 쿠바가 의존해오던 동구권의 몰락으로 기계, 석유, 화학비료 등을 들여오지 못하는 등 산업 전반이 위기에 빠졌다. 이를 극복하려면 농약이나 비료를 대신 할 농사법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97년 5명의 시민이 모여 알라마르 조합을 설립하고 정부로부터 땅을 임대했다. 현재 165명의 조합원이 16헥타의 농지에 농사를 짓고 있다. 조합원 구성도 다양하다. 농업대학 졸업생이 15명, 기술고등학교 졸업생 30명, 주부가 38명이고 나머지는 60세 이상 퇴직자들이다. 아들 뻘 되는 젊은이와 노인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있다.   


쿠바의 평균수명은 78세, 전체 인구의 18%가 60세 이상이라 한국처럼 쿠바도 이미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데 고령화 사회에서 흔히 나타나는 노인 일자리 문제를 이런 농장들에서 상당히 보완해주는 효과까지 낳고 있다.  알라마르 농장은 아파트단지들에서 쓰레기를 버리던 땅이었으나 지금은 채소, 과수, 분제, 허브(약제) 등을 생산하는 생태농장으로 변모했다. 

알라마르 농장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민주적인 투명한 경영이라고 한다. 임기 5년의 조합장은 전 조합원이 참석, 비밀투표로 선출한다. 또 전체회의에서 결정 난 사항은 조합장이라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는 공동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농협 등 기관이나 단체가 리더의 지시를 더 중시하는 구조와 상반되는 시스템이다.

알라마르 농장은 그날 그날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한다. 한 달에 두 번 임금 형태의 배당을 한다. 연간 소득은 20만 달러인데 반 정도를 적립하고 나머지를 배당하는 데 조합원들은 800페소에서 1500페소를 받고 있다. 조합장인 쌀 시네스(58)는 700페소를 받는 데 쿠바 농림부장관 월급보다 많다고 한다.
앞으로 생산품목을 30여 가지로 늘일 계획인 알라마르 농장은 기술개발을 위해 농업 연구소 4곳과 연계해 기술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이미 알라마르 농장은 생태농업 기술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어 외국에서도 생태농업을 배우러 실습을 오는 곳이다.

 
날마다 매출 공개, 민주적 운영 인터뷰 - 쌀 시네스(58) 알라마르 협동조합장 인터뷰 - 쌀 시네스(58) 알라마르 협동조합장 △알라마르 농장의 성공 비결은 -농장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나 와서 채소를 사간다. 또 학교 어린이 급식용, 병원 환자들도 우리 채소를 먹는다. 내 가족이 먹는 걸 기른다고 생각한다. 날마다 매출을 공개하고 모든 운영을 민주적으로 하고 있다. 연구,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 다른 지역 조합에서 배우러 올 정도로 유기농에 대한 전문성을 갖췄다.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병충해가 극성이고 영양가가 떨어질 텐데 -버리는 야채를 모아 퇴비를 만들고 지렁이를 키울 때 배출되는 분비물을 쓴다. 이것이 비료보다 났다. 또 병충해는 작물을 다양화하고 천적을 길러 해결하고 있다. 천적을 연구하는 전문기사도 있다. 예를들어 색깔과 냄새를 섞을 경우 해충들이 방향을 잃는다. 상추와 토마토, 혹은 상추와 고추를 함께 심으면 해충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금잔화를 채소밭 이랑에 심어두면 벌레가 도망간다. 담배와 석회를 섞어 농약 대신 사용한다. △조합의 복지 제도는 -하루 세끼 식사가 모두 무료이다. 조합원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으며 이·미용도 조합 내에서 무료로 해결한다. 주 40시간 근무와 별도로 연 30일 휴가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