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당공원 친일파 공덕비 문제) 정비계획 나오지 않아 여전히 ‘안개 속’
(유당공원 친일파 공덕비 문제) 정비계획 나오지 않아 여전히 ‘안개 속’
  • 최인철
  • 승인 2009.06.12 13:32
  • 호수 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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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까지 정비완료 장담하다 5개월여 ‘거북이걸음’

 

유당공원 내 비군 정비계획이 지지부진하다. 비군 가운데 대표적인 친일인사인 이근호 등의 공덕비가 소재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지난해 11월 향토문화유산보호관리위원회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안내문을 설치키로 했지만 안내문안 작성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훈의 달에 접어들었지만 ‘민족정기 바로잡기’에 대한 시의 의지가 너무 박약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시는 지난해 11월 20일 향토문화유산보호관리위원회를 열고, 유당공원 내 친일 인사 공덕비와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한 비군을 정비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당초 1월까지 안내판 문안을 작성한 뒤 늦어도 3월까지 정비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5개월여가 지나도록 구체적인 추진실적이 전무한 채 방치되고 있다.
시는 이제야 안내판 문안의 초안을 작성하는 등 부산한 모습이지만 설계용역 조차 나오지 않은 상태인 까닭에 사업이 본격 추진될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친일파 공덕비 문제가 처음 제기된 시점에서 출발하면 2년을 훌쩍 넘긴 터여서 사업추진 의지에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최상종 시 학예연구사는 “객관적 사실관계가 분명하고 역사적 평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 사업이어서 문안작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주 중 문안 초안에 대한 내부검토를 거친 뒤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위원회에서 최종 심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열린 향토문화유산보호관리위원회는 친일인사 등 몇몇 인사들의 비군 존치와 안내판 설치에 대해서는 일부 이견을 보였으나, 일제강점기 등도 민족역사 가운데 하나라는 이유를 들어 이를 존치하되 따로 안내판을 설치하자는데 의견을 모았었다.

또 향토문화유산 지정 신청 시, 이들 비군을 함께 포함키로 했었다. 서경식 의원은 “(일제강점기의 역사는)지금 못 가리면 영원히 왜곡될 소지가 충분하다”며 “이들 친일파는 친일인명사전에도 수록된 인물들인 만큼 정확히 분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내문 설치에 대한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피해 후손들에 의한 비문 훼손 가능성을 지적한 것.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는 별개로 금석문은 역사기록물이라는 지적이다.
전 광양시지편찬위원회 김광호 위원은 당시 “전라도 관찰사 이도재 같은 경우, 약 4일간 200여명을 처형했다.

또, 유당공원에서 객사 현판에 동학접주 김인배를 효수시켰다”며, “처형당한 후손들이 살아 있는데 그 후손들이 안내판을 보고 훼손하지 않겠냐”며 안내판 설치에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위원회는 당시 논란을 빚고 있는 을사오적 군부대신 이근택의 형이자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하사받은 당시 전라도 관찰사 이근호의 청덕애민비(淸德哀愍卑))와 일제시대 판사를 지내다 1912년 한국병합기념장을 추서 받은 당시 군수 조예석의 휼민선정비(恤民善政卑)를 따로 분류해 정비하고, 친일행적 등 인물설명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들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물사전에 수록된 인물들이다.

또 동학접주 김개남 장군을 척살했으나 매국각료의 살해를 계획하기도 했던 전라도 관찰사 이도재의 재애민선정비(宰愛民善政卑)와 폭정을 견디다 못해 발생한 광양민란을 진압한 공로로 설치된 광양현감 윤영신의 토평사적비(討平事績卑)를 비롯해 역사적 재해석이 필요한 공덕비 등은 객관적인 사실을 담은 안내문을 설치키로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