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사태에서 보여준 일본인의 정서
대지진 사태에서 보여준 일본인의 정서
  • 김순진 션샤인투어 대표이사
  • 승인 2011.03.28 10:27
  • 호수 4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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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방의 강진에 의해 현재까지 집계된 공식 사망자 수만 1만8천명을 웃돌고 있다. 진도8.8의 지진은 일본인들도 경험하지 못한 강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1995년 한신대지진이후 철근콘크리트건물은 진도9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있다. 또한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지진에 대해서 준비하고 교육받아온 일본인이었기에 다소의 인명피해와 일부건물과 도로의 붕괴만으로 끝났을 수도 있었다.

문제는 쓰나미였다. 최대높이 20m의 대형 쓰나미는 배고픔에 울부짖는 사자와 같이 거대도시를 삼켜버렸다. 지역주민들에 의하면 집중적으로 인명피해를 입은 지역은 해안가에서 1-2km 떨어진 지역이라고 한다.
일본은 지진이 나면 휴대폰 문자로 지진속보가 날아온다. 지진의 강도와 쓰나미의 유무를 알리는데 해안가에서 가까운 주민들은 간단한 소지품만을 들고 그 자리를 도망친 반면 해안에서 1km이상 떨어진 지역의 주민들은 설마 하는 생각에 봉변을 당했다는 얘기다.

방재대국일본도 예측을 불허하는 엄청난 자연 앞에 무릎을 꿇는 순간이었다. 세계의 언론들은 일본의 엄청난 피해상황을 속속들이 보고하며 다른 한편으론 대재난 앞에서도 의연한 그들의 시민의식을 앞 다투어 칭찬했다.
대재앙 재난 속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일본국민의 저력과 그들의 정신세계는 과연 무엇일까? 일본인들이 인성교육에서 가장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和の心’(와노코코로-여기서 ‘和’는일본을 말하고, ‘心’은 정서를 뜻한다)이다.

전통 일본의 정서는 두 가지로 나누는데 고요한 정취와 차분한 마음이라고 한다. 일본의 정신세계는 여기에서 근원하며 덧붙여서 어렸을 때부터 부모에게 혼나면서까지 배우는 문화가 있다. 그것이 그 유명한 ‘迷惑文化(메이와쿠 문화)’이다.
일본은 지극히 개인을 추구하면서도 상반적으로 집단을 중요시 여긴다. 개인의 욕구와 프라이버시는 존중받아야하나 그것이 집단에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내심이 부족한 아이들이 식당 안을 뛰어다닐 수는 있으나 그로 인해 식당 안에 있는 집단이 피해를 입어서는 절대 안 된다.

법으로 정해지진 안았지만 불문율이다. 일본에서는 자주 보는 광경인데 식당 안을 뛰어다니는 자기의 아이를 발견한 부모는 그 아이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다른 테이블 손님에게 급히 사과 한다.
그 후에 자신의 아이를 나무라는데 정말 호되게 나무라며, 심지어는 손바닥으로 머리를 때리기까지 한다. 어렸을 때부터 어린아이들은 공공장소에서 떠든다는 것은 자신의 부모가 타인에게 머리를 숙여야하는 일이며 그 후에 엄청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걸음마를 시작하면서 배우는 것 같다.

그러한 습관이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서로 부딪히거나 발을 밟았을 때 서로 급히 사과하는 광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발을 밟은 사람은 자신의 부주의를 사과하고 발을 밟힌 사람은 원인 제공을 한 자신에 대해 사과한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보다 기다리는 사람이 먼저 타는 것은 일본에서는 작은 테러에 가깝다면 믿을까? 한국인의 감각에서 보면 무슨 코미디인가 싶을 것도 같은데 일본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유전자가 아닌 사회와 환경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다음은 일본인의 언어습관에서도 드러나는 ‘建前(타테마에)’라는 관습이다. 요즘말로 하면 립서비스인데 가급적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칭찬을 한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가족이나 직장선배, 스승의 몫이다. 일본의 문화는 원칙을 중요시하고 서로 충돌하지 않는 것이 기본바탕이며 거기에 더해 집단에 승복하며 대세를 따르는 것이 일본국민이다.
이러한 국민성이 삐뚤어진 지도자를 만나면 ‘태평양 전쟁’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국난을 넘을 수 있는 저력도 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정말과도기에 와있다. 몸집은 선진국과 비길만한 수준에 도달해있는데 대한민국 국민들 누구에게나 우리가 선진국이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예’라는 대답을 하지 못한다.

사람의 양심이 그렇게 시키는 것 같다. 무서울 정도의 경제성장으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대한민국 우리 아기가 커서 너희나라는 선진국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의식대국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