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으로 꿈 빚는, 젊은 도예가
흙으로 꿈 빚는, 젊은 도예가
  • 홍도경
  • 승인 2011.05.22 17:43
  • 호수 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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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찬 도예가

 


젊은 도예가 황병찬 씨(33)의 작업실 ‘토진도예’는 진상면 청암리에 있다. 그의 고향이다. 도예가 들이 모여 있는 경기도 이천이나 여주에 작업실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그는 광양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도예라는 게 단시간에 승부를 볼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자신과의 싸움이니 편한 고향에서 작업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이곳에서 부드러운 곡선, 아름다운 빛깔, 다양한 문양의 도자기를 만들며 멋을 즐긴다.

빠르고 바쁜 시간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 하지만 젊은 도예가 황병찬 씨는 도자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의 긴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작품을 창조하며 조금씩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공사현장사무실 개조해서 둥지를 튼 그의 작업장은 감나무와 단풍나무 등 많은 나무들로 작은 숲을 이루고 있었다.

그의 작업실은 도자기의 제대로 빚어내는 터로는 제격이다. 그는 이곳에서 섬세하고 매끄럽고 빛나는 도자기. 투박하고 거친 도자기 등 제작하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한다. 그의 작품은 쉽게 만들어 지지는 않는다.

완벽해 질 때까지 도자기를 빚고 800도 넘는 가마에서 12시간 이상 굽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한 후에야 비로소 그의 작품이 탄생한다. 그는 “정성을 들여 빚었다고 해서 모든 작품이 ‘생각대로’ 나오는 건 아니다”며 “도자기는 흙과 불이 빚는 예술이기 때문이다”이라고 말한다.

황 씨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도예를 접하고 그 매력에 빠졌다. 그는 "원래 산만한 아이였어요. (도자기 만드는) 그 순간만큼은 집중력 있게 그 안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느낌)을 처음 받아봤거든요. 흙 때문에 연출이 되고 표현되는 게, 매력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졸업 후에 흙은 만지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겠는 생각을 하고 3년이라는 시간동안 여주와 이천 등지를 돌며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나이가 어리다고 무시도 많이 당하고, 청소를 해가며 어깨 너머로 힘들게 배웠다”며 힘들 시절을 회상했다. 황 씨는 아직도 당시 도예를 가르쳐줬던 도예가 들과 자주 만난다고 한다. 예전에는 황 씨에 도예를 가르쳐 주는 스승들이였지만, 요즘에는 서로 작품을 공유하는 동료가 됐다고.

고향으로 내려온 지 7년째. 요즘 그의 작업장을 찾는 이가 많아 졌다며 즐거워했다. 3년 전부터 광영동에 위치한 평생교육원에서 도예 수업을 진행하며 일반인들이 평소 멀게 생각했던 도자기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는데 입소문 났다는 것이다. 황 씨는 찾아온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사용가능한 찻잔이나 그릇 등을 만드는 것을 돕고 있다.

황 씨의 작업실 일 년 내내 문을 닫지 않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방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실 생활에서 사용하는 찻잔이나 그릇들을 직접 만들면 좋겠다” 며 “세상에서 가장 좋은 도자기는, 자기가 직접 만든 도자기”라고 이야기 했다. 황 씨는 작업장 인근에 갤러리를 만들고 있는데 8월말에 오픈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업장에 찾은 모든 사람들의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황병찬 씨는 “평생 흙을 만지며 도예를 하고 싶다”며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도예정신은 전통을 잇되, 제조기법은 현대화와 과학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하나로 선조의 삶까지 담는 도자기. 우리지역 젊은 도예가 황병찬 씨는 현대의 모습을 새롭게 담으며 자신의 자리에서 꾸준히 한국 도자기의 명맥을 이어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