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 12범이 학교 경비원이 된 이유
전과 12범이 학교 경비원이 된 이유
  • 정아람
  • 승인 2013.01.14 09:27
  • 호수 4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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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경비원 여중생 성폭행 사건
최근 광양에서 70대 초등학교 경비원이 여중생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사건이 경찰에 신고될 때까지 광양 모 초등학교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A씨(70)는 인근의 중학교에 다니는 B양을 경비실로 유인해 10여 차례에 걸쳐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B양과 참고인 진술, CCTV 자료 및 병원 진단서 등을 토대로 성폭행 혐의에 대해 추궁하고 있으며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A씨가 “B양이 경비실에 놀러와 과자와 음료수를 줬더니 계속 왔고, 4회 가량 성추행한 사실은 있어도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며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피해를 당한 여학생은 현재 교육당국이 전담 교사를 배치해 보호와 치료를 병행하고 있으며, 교육계는 이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이 사건은 학교라는 특수한 기관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이란 점과, 피의자가 일부 언론에 전과 12범이라고 보도되면서 “왜 이런 사람이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었느냐”는 학부모들의 원망과 항의가 교육계로 몰아쳤다.

학교의 관리 책임론이 불거지자 학교 측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식의 답변을 했고, 이는 더 큰 여론의 질타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바탕에는 가정의 해체와 사회의 양극화가 자리하고 있다. A씨의 경우 일정한 소득이 없는 상태에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해야 했고, B양은 가족들이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가 있는 동안 항상 혼자 방치되어야 했다.

교육계는 이 사건과 관련 학교와 관련된 용역직원을 채용함에 법적 제도적 강화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범죄조회를 더욱 강화하고, 감시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이 사회적으로 취업약자들의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는 70대의 노인이다. A씨가 학교에 취업한 것은 노인일자리 차원으로 볼 수 있는데, 교육기관에 취업할 경우 범죄 경력을 조회하게 된다. A씨는 그동안 지역에서 살면서 수차례 사소한 폭행 사건 등에 연루되며 전과를 쌓았다. 하지만 이는 단순 경범죄로 교육계가 요구하는 범죄경력 조회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A씨는 취업이 가능했다.

범죄 관련 경력 조회의 경우 3가지가 있는데 범죄 경력조회와 수사경력 조회, 실효경력 조회로 나뉜다. 범죄를 저지른 후 벌금형을 받을 경우 범죄경력은 2년이 경과하면 실효되며, 징역형 이상은 5년 이상 경과시 실효된다. 수사경력 조회는 기소유예가 되거나 공소권 없음으로 판결난 범죄와 수사경력을 조회한다. A씨의 경우는 벌금이나 징역형은 없이 단순 경범죄가 누적됐고, 포괄적인 의미에서 12범이란 오명을 쓰게 된 셈이다.

범죄경력 조회가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전분야로 강화되면 사소한 경범죄도 드러나게 된다. 이는 취업 약자들에게 족쇄가 되며 자포자기로 인한 더 큰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범죄조회에서 일정 기준을 정한 것도 인권과 더불어 범죄 경력자들의 사회복귀 측면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광양 관내의 학교 경비원은 22명이 있으며, 이중 20명이 60세 이상이다. 이들은 소일꺼리로 일하는 것이 아닌 생계를 위해 경비원을 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