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라마바사 … 이제 일기는 물론, 편지도 써요”
“가나다라마바사 … 이제 일기는 물론, 편지도 써요”
  • 도지은
  • 승인 2014.11.24 10:31
  • 호수 5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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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으로 가득 찬 광양읍 노인복지관 학력인증 2반 어르신들의‘한글 배우기’

광양읍 노인복지관 학력인증 2반 어르신들.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써보세요. 맞춤법 틀리면 안돼요.”

광양읍 노인복지관 초등학력 인증 2반 교실. 어느 평범한 초등학교 교실과 다를 바 없다.
‘시끌벅적’즐거운 웃음소리와‘또박또박’한 글자씩 읽는 학생, 열정을 다해 가르치는 선생님까지… 다른 게 있다면 쭈글쭈글한 손으로 하루의 일기를 기록한다는 것이다. 수북이 쌓인 흰머리 넘어 학생들은 배운 것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애쓰는 모습들이다.

늦깎이 학생들의 열정. 이들의 배우고자 하는 의욕은 고시생들보다 더 절실하다. 배우면 배울수록“젊었을 때 배울걸…”하는 후회가 남는다. 서른여명의 어르신들은 3년 과정으로 지난해에 입학해 이제 2년차가 됐다. 주 3일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반 동안 진행한 초등수업이 어느새 졸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내년이면 초등 졸업장을 받게 될 2반 어르신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기쁘고 한편으론 아쉬움이 남는다.
어르신들이 배우는 과목은 한글이다.‘가나다라…’부터 시작해 이름 쓰기, 일기 쓰기에 이어 이제는 편지도 곧잘 쓴다.

진월에서 40분을 걸어 셔틀버스를 타고 오는 박명자(70세) 어르신을 비롯해 뒤늦게라도 한글을 배우기 위해 100% 출석률을 자랑하는 왕언니 정다남(85세) 어르신,‘초등 2반은 내가 책임진다’반장 백본심(74세) 어르신과 30여 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일기를 채워가고 있다.

정다남 어르신은“나이가 많은지, 머리가 멍청한 탓인지 금방 가르쳐 준 것도 되돌아서면 바로 까먹는다”며“하지만 배우는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즐거워했다.

어르신들이 쓴 일기.
초등학교 1학년만 다니다 학업을 중단했던 백본심 어르신은 “어렸을때는 학교 가기싫어 안갔는데 지금은 정말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한글을 배운 후에는 자신감이 부쩍 생겼다.

그동안 남편이 은행업무를 대신해왔는데 이제는 자신있게 은행도 가고 관공서에도 드나든다.

백 어르신은“한글을 배우기까지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큰 힘이 됐다”면서“이 학교를 졸업하면 중학교도 다니고 싶다”며 배움의 열정을 토해냈다.

30여명의 어르신들에게는 자식 뒷바라지, 가족을 위한 양보, 가난, 농사 등으로 한글을 배우지 못한 여한이 가득했다. 

어르신들은 올해 광양신문이 개최한 NIE 콘테스트에 학교신문으로 응모 장려상을 수상했다. 쭈글쭈글한 손으로 신문을 직접 오리고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신문을 제작했다.

제작이 간단해 보이는 신문스크랩 수상작이지만, 신문에 붙은 문장 하나하나에는 어르신들의 정성과 한글을 알게 된 기쁨이 가득했다.

어르신들을 가르치는 송봉애 교사는“한글을 배워 당당히 세상으로 나온 어르신들을 보면 감격스러울 뿐”이라며“항상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있는 어르신들이야 말로 저의 진정한 교사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인터뷰

“어르신들 열정은 누구도 못 이겨”

인터뷰 송봉애 지도교사

초등학력 인정 2반을 가르치는 송봉애 지도교사는 “8년 동안 문자보급에 열중했다”면서 “오로지 배워야 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 어르신들을 볼 때면 가르친 보람을 절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초등학력 인정 2반 어르신들은 신문을 활용한 수업으로 그 동안 실력을 쌓아 광양신문 NIE콘테스트에 공모했다.

송 교사는“처음 신문스크랩을 통한 수업을 시작했을 때, 어르신들은 가위질과 풀질이 서툴러 힘들어 했다”면서“신문을 통해 한글을 쉽고 재밌게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르신을 가르치는 것이 보통 쉬운 일이 아님에도 송봉애 선생은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가르치기에 2반 교실은 항상 높은 출석률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앞으로도 배우려는 어르신들에게는 성심을 다해 함께할 것”이라며“아직까지 글자가 삐뚤삐뚤하고 맞춤법도 틀리지만 배우고자 하는 의욕은 어느 누구보다 크고 위대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