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위생처리사업소를 찾아서
광양시 위생처리사업소를 찾아서
  • 김현주
  • 승인 2007.04.12 09:35
  • 호수 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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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 줄이는 길만이 ‘유일’방안 음식 먹을 만큼만 준비하고 남기지 않는 식습관 가져야
매케한 아니, 숨 쉬기 조차 힘든 역겨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무리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 해도 폐부를 깊숙이 찌르는 냄새에 얼굴은 나도 모르게 찡그려진다. “냄새야 좀 나지만 이정도 가지고 뭘 그래요?” 위생처리사업소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이제 냄새에 이력이 난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광양읍 죽림리에 위치한 위생처리사업소(소장 정남택). 이 곳 사업소를 지난 6일 취재차 들렀다. 사무실에서 간단히 이곳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사무실까지 스며드는 음식을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냄새에 이내 머리가 지끈 아파온다. 위생처리사업소에는 직원 11명, 상근 인력 10명, 공공 근로 10명 등 총 32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은 재활용 선별장, 자원화시설, 매립장, 침출수 처리장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하루 30톤
 
광양시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은 하루 30톤 처리용량으로 호기성퇴비화 공법으로 운영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는 특히 월요일이면 배출량이 배에 달한다.

주말에 쌓여있던 음식물 쓰레기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 월요일이 되면 전 직원들은 숨 쉴 틈도 없이 음식물을 처리하느라 곤욕을 치른다. 작업복으로 갈아입어도 몸에 냄새가 베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직원들은 퇴근 후 모임을 가져도 반드시 샤워를 한 후 손님을 만난다. 그래도 악취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이 곳 사업소의 올해 역점 추진사업은 자체 기술 인력과 시설, 장비를 활용해 음식물 배출수를 고액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랩 테스트 및 단계별 실증실험을 하고 있다.

사업소에서 자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가 있다.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 과정 중 음식물 배출수는 하루 16톤 정도 발생한다. 지금까지는 음식물 배출수를 해양투기 했으나 오는 7월 1일부터는 음식물 배출수 함수율이 90%이상에서 95% 이상으로 강화됨에 따라 해양투기가 곤란한 실정이다.

사업소 측은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음식물 배출수 처리공법 선정을 위한 파일럿테스트를 실시했다. 그러나 참여한 업체 2개사 모두 목표수질에 미치지 못해 국내 처리기술이 확립될 때 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에 공무원들이 직접 나서 이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기계 고장 나면 전 직원 철야 작업 해결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시설은 지난 2003년 준공됐다. 이광신 자원화 담당은 “음식물에 포함된 염분과 발효과정에서 발생하는 강한 가스 등으로 기계 장비들이 부식돼 고장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 담당은 특히 “음식물 쓰레기 전처리시설 에어프런트 콘베어 벨트 및 선별ㆍ파쇄기 등 고장이 잦다”며 “이럴 경우 직원 전원이 철야 작업을 실시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철야작업에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만일 기계가 고장이 나서 작업을 중지해야 한다면 피해는 곧바로 시민들에게 연결된다. 미처 기계 수리 업체를 부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뜻이 된다. 이런 상황을 맞이하다 보니 사업소 직원들은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기계를 다를줄 아는 박사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동현 관리 담당은 “기계가 고장이 날 경우 이와 관련이 없는 직원들도 함께 남아 문제를 해결하려고 머리를 맞댄다”면서 “힘든 곳에서 일할수록 직원간의 끈끈한 유대감이 묻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교통행정과에서 이곳으로 근무처를 옮긴 서영동 주사는 “직원들이 모두 모여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무척 놀랐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밤낮없이 고생하고 있는 동료들을 보면서 느낀 점이 매우 많다”고 숙연해 했다.

사업소 측은 시설 고장과 다량 반입에 대처하기 위해 현재 투입호퍼 및 전처리시설 증설공사 실시설계 용역 중에 있다. 이 공사는 오는 7월에 착공해 10월에 완공 예정이다.

또, 처리용량 증설공사를 내년에 10억 원을 들여 1일 처리능력을 30톤에서 5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사업소에서는 현재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한 후 유기질 퇴비를 생산하고 있다. 이 퇴비는 매립장 주변 마을이나 매실재배 농가 등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유기질 퇴비는 공급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농민들에게 호응이 좋다고 한다. 사업소 측은 질 좋은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고 토탄(비료나 연탄의 원료)을 이용해 악취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비율로 테스트 중에 있다. 시험 결과 효과가 입증되면 상용화할 계획이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 하루 3천만원
 
이 곳 공무원들의 소망은 단 한 가지. 시민들의 철저한 분리수거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모든 시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하루 3천 만 원. 1년이면 100억 원에 달한다. 이 비용의 10%만 줄여도 우리 지역 인재육성에 한 몫을 할 수 있다. 정남택 소장은 “음식물 쓰레기 중 이물질과 물기 제거 등 철저한 분리배출과 함께 올바른 식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먹을 만큼만 음식을 준비하고 남기지 않은 식습관이 중요하다”며 “시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쓰레기 줄여 인재를 육성하자’는 음식물 쓰레기 절감 운동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