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새동물원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새동물원
  • 최인철
  • 승인 2009.02.11 17:25
  • 호수 2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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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산 자연학습체험농장 꿈 키우는 김종승 씨

 수도권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유휴 공유지를 활용해 ‘웰빙’ 바람에 걸 맞는 미니동물원을 조성하는 곳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일반적인 추세는 아니다.
그러나 도심의 여건 상 동물들을 흔히 접할 수 없는 탓에 이들 미니동물원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굳이 동물원에 가지 않아도 아파트 단지 안에서 공작새, 금계, 황금계 등을 볼 수 있어 어린이들을 비롯한 입주민들의 정서함양에도 크게 기여한다.
최근 제주에는 세계의 말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색공간이 제주에 탄생했다. 제주경마공원내에 마련된 '세계 말 체험 미니 동물원'이 문을 연 것. 세계 대표 품종 8마리 등 총 19마리의 특색 있는 세계 말 들이 전시되면서 대형동물원과는 전혀 다른 재미를 관광객과 아이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미니 동물원은 아파트 뿐 아니라 약국 내, 서점 내에도 조성되는 추세다. 광양에는 왜 없냐고? 천만에 찾아보면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광양에도 다양한 새들을 모아 놓은 조류동물원이 옥룡 백운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 백운산 자연학습체험농장 꿈 키우는 김종승 씨가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 백운산 자연학습체험농장 꿈 키우는 김종승 씨가 새들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지 백운산 자연 휴양림을 찾는 이들 가운데 엉뚱한 산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생겼다.
특히 유치원과 어린이집 식구들이 단체로 휴양림 매표소를 바투 앞두고 오른쪽으로 아장아장한 발길을 돌려 찾아드는 곳. 바로 김종승씨가 운영하는 미니 새(조류)농장이다.
산 깊고 물 좋기로 잘 알려진 백운산 휴양림과 광양시가 골 깊은 백운산의 산림자원을 관광과 연계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조성 중인 생태숲과는 계곡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이곳에는 다양한 새 울음소리로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산 깊은 이 조그만 농장에는 김종승씨 가족 말고 수백명의 식구가 동거동락하며 북새스럽기 때문이다.

당나귀와 멧돼지의 울음은 산골을 뒤흔들 태세지만 공작이나 타조, 금수남과 원앙, 동천홍 등 수십 종의 다양한 새들이 둥지 안에서 조잘대는 소리는 간지럽기까지 하다. 식구들이 늘어갈수록 그의 손길도 분주해진다.
매일 모이를 주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그도 새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질밖에. 그는 “오래도록 새들과 지내다보면 몸짓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직감으로 알 수 있다. 배가 고플 때, 목이 마를 때 행동이 다 틀리다”며 “새들도 마찬가지다. 자주 몸을 부대끼다 보면 새들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서로의 마음을 읽다보니 할 일도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욕만 갖고 벌린 일에 처음부터 성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농장 식구들의 대다수가 야생동물임을 간과한 게 근본적인 실패의 원인이었다. 그러나 조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게 아닌 이상 몸으로 직접 부대끼는 수밖에 없었다. 관련 서적들을 찾아 읽고 새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윤무부 교수에게 종종 문의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새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지내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게 새들의 생장환경을 터득해 나가다 자연스럽게 새들의 습관과 최적의 서식조건을 배워 나갔다. 사업과 농장을 별도로 할 수 없어 최근에는 아예 생업이던 사업을 정리했다. 그는 “사업정리 후 동물들과 유대관계를 맺기 위해 이사한 뒤 같이 생활하고 친밀감을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며 “무엇보다 새들과의 신뢰관계를 쌓는 게 중요했다”고 술회했다.

얼마 전 김종승 사장은 광양시와 광양시의회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이 농장을 자연학습체험농장으로 탈바꿈 시켜 광양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꽃사슴을 비롯한 금계, 꿩들이 뛰어노는 ‘미니 동물원’을 만들어 산을 찾는 시민들과 함께 나누겠다는 계획이다. 사육동물 수도 점차 늘려갈 예정이다.
그의 사업계획서에는 국내외에서 서식하는 야생 관상 조수를 표본으로 사육해 광양시민들에게 관찰은 물론 지역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목적이 담겨있다. 이른 바 버드사파리(Bird Sapari)를 조성해 백운산 휴양림과 생태숲과 연계해 다양한 볼거리 제공한다는 생각이다. 그의 뜻대로 조성만 된다면 국내외에서 서식하는 관상조류들을 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는 미니 동물원이 새로운 시민공간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할 부화실을 따라 운영해 어린 조류의 성장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어서 어린 아이들의 교육의 장소로도 손색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희귀조류들을 가까운 곳에서 직접 관찰,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될 것”이라며 “특히 위기를 겪고 있는 토종 어류와 조류의 사육 전시는 물론 당나귀와 말마차를 이용해 어린이들에게 좋은 추억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미니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가 운영하는 농장의 규모는 약 만여 평에 이른다. 문제는 조류 등 동물들의 서식 특성상 이 정도의 규모로는 알맞은 서식환경을 제공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더나가 관상과 관찰시설을 갖추기에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사업의 한계가 분명하다.

이런 점이 그가 광양시와 광양시의회에 사업계획서를 내놓은 것은 직접적인 이유다. 사업이 추진된다면 자신의 농장을 기부 채납할 생각이라고 밝힌 종승씨는 “인간과 자연이 어울려 놀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며 “휴양림과 생태숲, 그리고 미니동물원이 잘 조성되면 멀리 가지 않고도 자연과 관광이 잘 어우러진 생태공간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