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 신화가 아니라 세계 4강이다
4강 신화가 아니라 세계 4강이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3:02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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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광 신 / 한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대회에서의 4강 신화를 비롯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1승이라는 작은 소망이 4강 신화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4강 신화를 또 만들어 내었다고들 한다. 서재응 선수가 일본전에서 승리한 뒤 에인절 스타디움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은 모습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제는 축구이든 야구이든 신화라는 말을 붙이지 말자. 신화란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인간이 이루었기 때문에 앞으로 그와 같은 일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로 쓰여진다.
50여년 가까이 일찍 프로야구를 도입한 일본을 두 차례나 연파하고 13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 종가' 미국을 무너뜨리면서 한국 야구 101년사에서 가장 찬란한 업적을 이루었다. 이것이 어찌 신화가 아니겠는가.

그런데 신화가 아님을…비록 결승 진출에 무릎을 꿇어야 했지만 4강에 들어갈 실력이 되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6연승의 쾌거를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의 일이 아니다.

한국 야구는 미국과 일본 야구를 접목시킨 미들볼(middle baseball)로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스몰볼(small baseball)보다는 선이 굵고, 미국의 파워볼보다는 치밀한 작전을 펼친다. 탄탄한 기본을 바탕으로 감독, 코치, 선수가 각자의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이다. 적시에 쳐주고, 받고, 투수를 교체하고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여기에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도 뛰어났다. 그런데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에는 선동렬 코치나 김재박 코치의 팔로어십도 함께 버무려져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프로다운 모습을 모두 보여 주었다.
  
운동장 밖에서도‘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파도타기, 길거리 응원 등 응원문화를 세계로 상품화 시켜가고 있다. 4강이 아닌 우승감이다.

축구의 붉은 악마에 이어 야구의 파란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악마와 도깨비 무섭긴 하지만 정겹기도 하다. 이들은 국민들을 하나로 묶으면서 선수들에게는 힘을 불어 넣어준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이득은 매우 크다. 국민들을 환호하게도 하고 울분을 토하게도 하며,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묶어내기도 한다.

위성중계라는 매개체를 통해 올림픽, 월드컵, 골프, ML, NBA 등 세계수준의 스포츠 행사를 세계인의 안방에 생생하게 전달해 줌에 따라 사람들이 웃고 우는 사이 기업들에게는 최고의 마케팅 기회가 생긴다.

여자 프로골퍼 박세리 선수가 메이저대회 2연승으로 당시 후원사인 삼성은 미국에서 1억7천만달러의 광고 효과를 봤으며, 인지도가 6%나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당시 삼성 아스트라는 국내 매출이 50% 증가하였으며, 브랜드가치가 2억5천만달러나 상승했다고 한다.

이번 4강을 계기로 축구에 이어 야구 선수들의 몸값을 높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브랜드도 함께 높여 주었다.

이제는 4강 신화라는 말은 쓰지 말자. 세계 4강이다. 문제는 축구이든 야구이든 4강의 벽을 넘지 못하면 4강에 간 것은 영원히 신화로만 남게 된다. 신화를 우리 손으로 무너트리자. 4강의 문턱을 넘나들면서 우승하기도 하고 8강에서 탈락하기도 하는…

재의 열악한 상황으로는 세계 4강이 아니라 4강 신화로 남겨질 것이다. 게임의 수가 많아 질수록 우리의 미들볼은 정통의 스몰볼과 파워볼에 밀리게 되어 있다.
지금보다 업그레이 된 파워와 스피드를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아무리 치밀한 작전을 펼쳐도 이기기 어렵다. 미들볼의 독특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낙후된 운동장, 엷은 선수층, 적은 관중, 유소년들에 대한 투자 부족 등 너무나 열악한 수준에서는 4강은 신화로만 남게 된다. 선수는 프로, 인프라는 아마란다.

4강 신화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정신적 물질적 투자와 함께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하며, 스포츠를 고부가치 창출 상품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시적인 유행처럼 시선을 집중하다 어느 순간 운동장에 선수들만 남아 있게 해서는 안된다. 시멘트는 모래와 자갈, 그리고 물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비로소 집을 만들 수 있는 자재가 된다. 모래인 내가 할 일은 이 지역에 연고를 가지고 있는 전남드래곤즈 축구장에 가서 힘차게 응원하는 일이다.

그런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세계 4강 진출도 중요하지만 위성중계로 세계인들의 시선을 한국에 집중 시킬 한국형 스포츠 상품은 없는 것인가?  
 
입력 : 2006년 03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