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미소로 딱딱함 녹여요
아름다운 미소로 딱딱함 녹여요
  • 박주식
  • 승인 2010.11.01 09:26
  • 호수 3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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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사람들- 제철 정문 지킴이 (주)코스원 배미선 씨
“하고 싶은 일 다 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 ”

광양제철소. 국가 기간산업인 철을 생산하는 제철소의 이미지는 아무래도 부드러움보다는 견고함과 차가움이 우선이다. 거기다 대부분의 근로자들 역시 남성이어서 왠지 딱딱할 것만 같은 생각이 먼저 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광양제철소 정문엔 건장한 아저씨들만이 아닌 아름다운 여직원들이 근무에 나서 이런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반감시키고 있다.

배미선 씨가 코스원에 입사해 광양제철소 정문 근무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 그는 이곳에서 벌써 1년이 넘게 남자 직원들과 똑같은 조건 속에 경비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외모만으론 그가 제철소 정문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그를 만나 얘길 나누다 보면 지금의 그의 직업은 그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배미선 씨가 코스원에 입사하게 된 것은 군인가족이었던 그가 헌병 부사관(육군 중사)으로 4년을 군무하고 전역한데서 시작된다. 2007년 전역한 그는 6개월간 영어공부를 하고 호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다시 국내로 들어왔지만 평소 활달한 성격의 그가 활동을 않고 있으니 답답한 상황.

청원경찰이라도 할까 싶어 이곳저곳 알아보던 중 중령으로 예편해 광양제철소 예비군 연대에 근무하고 있는 아버지로부터 코스원에서 여직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게됐다. 그리고 지원을 했고 마침내 입사가 이뤄져 광양제철소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배미선 씨는 “군에 있을 때도 국방부 방호담당 헌병으로 위병소에 근무했어요. 그때나 지금하고 있는 업무나 큰 차이 없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며 “모두가 잘 챙겨주시고 배려해줘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1년이 넘게 한 자리에서 근무하다보니 얼굴을 익힌 사람들이 때론 그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한결같이 “전혀 힘들지 않아요. 재밌어요”라며 웃는다. 한여름 땡볕과 추운겨울 칼바람이 몸을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만족하며 행복해 한다.
요즘 그는 한창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군 입대로 못다 한 공부를 위해 올해 사이버 대학에 등록한 것이다.

배 씨는 “군대 있을 땐 여가 시간을 거의 활용치 못했는데 지금은 정해진 시간만 근무하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공부를 시작했다”며 “하고 싶은 일도하고 공부도하고 여행도 하며 생활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한다.

그의 동료들은 그가 광양제철소 정문에 꼭 있어야 할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정문은 외국인들의 출입이 많고 영어가 되는 배 씨가 있음으로 그들의 출입을 수월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 씨는 최근 일본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을 보고 일본어 공부까지 하면서 동료들의 신망을 더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배 씨는 제철직원들이 자신과 동료들을 경비라는 생각만으로 하대하는 것만은 자제해 주길 당부한다.

제철 근무를 오래한 사람들은 코스원 직원들이 방호과에 근무하던 한 식구였음을 알고 있지만 신입사원들은 외주파트너사 경비 정도로만 생각하며 나이든 동료들 까지도 사람을 낮춰본다는 느낌 때문이다. 또 광양제철소 방호를 담당하고 있는 코스원 직원들이 차량을 검사하는 것은 당연한 임무 임에도 이를 불편하다고만 여기고 따져 묻는 일도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 씨는 아직 언제까지만 근무를 하겠다라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마음은 할 수 있는 한 오래토록 일해보고 싶은 게 그의 희망. 그렇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가 동의해 줘야하고, 회사의 배려도 있어야 계속할 수 있기에 우선은 그가 할 수 있는 시간, 할 수 있는 일에 언제나 최선을 다 한다는 각오다.

박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