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말씀은 ‘언어도단’ 아닙니까?”
“의원님 말씀은 ‘언어도단’ 아닙니까?”
  • 이성훈
  • 승인 2013.10.21 10:12
  • 호수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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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이성웅 시장의 시정질문 받아치기

이성웅 시장의 스타일이 달라졌다. 온화하고 조용한 성격인 이 시장은 웬만해서는 공식석상에서 화를 안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간혹 회의석상에서 공무원들을 질타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대한 감정을 다스리고 논리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스타일이다.

이 시장은 의원들을 대할 때면 항상 자세를 낮추고 의원들의 이야기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는 편이다. 이 시장은 시정질문때도 의원들의 집중포화에도 항상 유연하게 대처하며 상대 의원과 갈등을 최대한 피하면서 집행부의 입장을 의원들에게 설득한다. 이른바 ‘유능제강’(柔能制剛 :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은 지난 주 열린 광양시의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공격적인 대응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 16일 정현완 의원 질의에서다. 정현완 의원 시정질문에는 진상ㆍ진월 주민들이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정현완 의원이 이날 질문한 핵심은 진상 청암들 염수피해 대책과 감나무 병 대책 등 크게 두 가지다.

정 의원은 “염수피해를 입은 지 7개월이 지났는데 시와 전남도, 수자원공사가 용역조사 합의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는 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는데 피해 대책에 대해 소신이 있느냐”고 따졌다. 정 의원의 질문에 이 시장은 발끈했다. 이 시장은 “광양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수공이 용역을 할 수 없다며 버티고 있는데 왜 그런 발언으로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냐”고 맞대응했다.

이 시장은 이어 “용역은 예산이 수반되는 것이어서 3개 기관이 함께 추진해야 할 사항”이라며 “전적으로 광양시에 책임이 있다면 우리가 하겠지만 다른 기관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더 이상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염수피해 발생이 만일 하천공사 도중 생겼다면 전남도에, 하천유지수에 원인이 있으면 수공에 책임이 있는데 한꺼번에 몰아서 광양시의 소극적 대책을 질타하는 것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이어 “광양시는 지금까지 염수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정 의원의 질문은 공무원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으로 비춰진 것 같다. ‘언어도단’(言語道斷 : 말이 끊겨 어이가 없음) 아니냐”고 맞대응했다.

정 의원은 이에 “언어도단은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라며 “공무원들이 일하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시장은 “정작 책임을 져야할 기관은 따로 있는데 시에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이해가 안 간다”고 서운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 시장과 정 의원은 이날 염수피해 대책으로 약 20분 이상 설전을 벌였다.

정 의원의 시정질문이 끝나고 정회가 선언된 후, 퇴장하는 자리에서 다양한 발언이 오갔다.

참석했던 공무원들은 “시장님이 확 변한 것 같다. 무장투사가 된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고 의아해 했다. 한 의원은 “이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두려울게 뭐가 있겠느냐”며 “조용히 묻는말에 대답하는 것 보다는 이렇게 적극적인 대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의회와 집행부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한편 이성웅 시장은 지난 2007년 7월 20일 열린 제151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U-IT연구소 설립을 놓고 장석영 의원과 치열한 설전을 펼치며 눈길을 끌었던 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