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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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09.07.01 23:01
  • 호수 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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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 (광양동초교 6학년)

온 세상이 초록으로 춤을 추고 있다. 파란잔디 위에나 잎이 무성한 나무그늘 아래서 동생들, 친구들, 형, 누나들이 모두 윤동주 시인과의 만남을 위해 도란도란 그리면서 열심히 쓰고 그리는 모습이 모두 행복해 보인다.
지난밤에 내일의 백일장 주제는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 잠을 잤다. 오늘의 주제는 ‘편지’다.

편지…

나에게는 반가웁고 슬픈 기억으로 다가오는 편지라는 단어와 우리 엄마가 떠오른다. 엄마와 편지, 다른 친구들 엄마는 젊은 엄마들이 많은데 우리 엄마는 나이가 많으시다. 그래도 항상 웃음과 인자함으로 우리 가정의 행복을 가꾸고 계신다. 서른여덟에 나를 낳으시고 내 동생은 마흔 하나에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셨다.

문득 초등학교 2학년 때 일이 떠오른다. 그때 아빠가 하시는 사업이 어려워서 엄마께서는 부업으로 집에서 전자제품 일을 하셨다. 한 번도 바깥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집안에서만 계셨다.

그때 엄마께서 제일 기다리는 일중의 하나는 우리 외할아버지의 편지였다. 외할아버지께서는 거의 날마다 엄마께 편지를 보내주셨다. 희망으로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살면 훗날 그 행복이 다시 찾아온다고 하셨다.

나는 그때 철없는 생각으로 외할아버지와 우리 엄마는 왜 편지를 쓸까? 궁금했다. 날마다 집배원 아저씨가 외할아버지 편지를 배달하면 엄마는 답장을 써서 그 집배원 아저씨께 보내셨다.

지금은 가끔씩 보내오시는 외할아버지 편지는 우리 집 안방 장롱위에 차곡차곡 담겨져 우리 가족을 지켜주고 있다.

그리고 5학년 여름 방학 때 아빠는 사업을 그만 두시고 제철소에 임시직으로 회사원이 되셨다.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거기에도 들어가기 힘들었는데 엄마께서 제일 높으신 사장님께 길고 긴 편지를 쓰셨다.

어린아이들이 있고 할머니도 모시고 너무 힘이 든다고 우리 가족을 지켜주면 아빠께서는 성실한 분이라고 소개 하셨다. 감동을 받은 사장님께서 허락해주셨고 나이가 많아도 지금 우리 아빠는 인정받은 회사원으로 열심히 일하신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연말이 되면 해마다 연하장과 감사의 편지를 사장님께 보내드리고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편지’라는 단어만 떠올려도 나의 가슴이 벅차올라 쿵쿵 뛰는 기쁨인 것 같다. 또 지난해 우리학교 급식실을 새로 지을 때 몇 달간 도시락을 싸갔다.

엄마께서는 항상 쪽지편지를 넣어주셨다. “오늘은 멸치반찬 먹고 키가 몇 센티 자라렴. 오늘은 시금치 먹고 힘이 더 강해져야 된다”고 쓰셨다.

친구들은 마마보이라고 놀렸지만 나는 그런 우리 엄마가 이 세상에서 제일 젊고 예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제일 친한 내 친구 진환이가 어버이날 하늘나라에 계신 아빠께 편지를 써서 서천 공원에 같이 가 태워 하늘나라로 띄어 보낼 때도 내 가슴은 얼마나 뭉클했는지 모른다.

한통의 편지가 슬픔이 있을 때는 위로가 되고 기쁨이 있을 때는 축하가 되고 그리움이 있을 때는 그 마음을 달래주는 천사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커서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편지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간직하면서 살거다.

어릴 때 겪은 편지의 추억은 우리엄마 가슴속에 슬픔과 어려움을 없애주고 때로는 희망과 위로가 되었었다.

그것은 외할아버지와의 편지, 사장님과의 편지, 그리고 도시락 속의 쪽지 편지가 우리 가족의 행복보물 1호라고 자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