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개기 일식
미디어, 개기 일식
  • 한관호
  • 승인 2009.07.23 09:24
  • 호수 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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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옛말에 三人成虎(삼인성호)라, 세 사람이 말을 맞추면 없는 호랑이도 생겨난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이 말에 딱 맞는 일로 곤욕을 치렀다. 일명 떡볶이 집 저주발언이다. 지난 6월 26일, 이의원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통령께 말씀 드립니다. 떡볶이 집에 가지 마십시오. 손님 떨어집니다. 아이들 들어 올리지 마십시오. 아이들 경기 합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서민을 위한 정치를 제창하며 어느 시장에 나가 서민들을 만난 일을 두고 ‘무늬만 서민 행보’라 비판한 발언이다. 하지만 이 말에 앞서 그는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서민을 위한 근원적 처방을 해야지 떡볶이 사먹고 아이들 안아준다고 서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전제했다.
헌데 인터넷 신문 ‘뉴데일리’가 이 의원이 ‘...대통령이 간 떡볶이 집은 망할 것이고 ..’라는 악담을 퍼 부은 바 있다‘ 고 보도했다. 손님이 안 온다가 망할 것으로 왜곡됐다. 그러자 한나라당 윤상현 대변인은 이 의원이 ’서민에게 못 살라고 저주를 퍼 부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kbs는 뉴스를 통해 한나라당 논평을 소개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발언의 전후 맥락이나 진의를 살펴 보도한 것이 아니라 여야 공방만 다루었다.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떡볶이 집 아들이 이 의원에게 억하심정을 가졌음은 물론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후 2시부터 인터넷에는 미디어 법 관련 속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조중동과 재벌들에게 뉴스 채널을 허용 하겠다고 발 벗고 나섰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미디어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국민의 74.3 %가 이번 임시국회 회기와 상관없이 여야가 합의처리 할 수 있도록 김형오 국회의장이 노력해야 한다는 게 민주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 결과다.

특히, 한나라당 지지자 중 과반수가 직권상정보다 여야 합의를 주문했다. 더구나 여론조사 응답자 중 61.9%가 대기업과 주요 신문사가 공중파 방송과 뉴스 채널을 갖는 것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이 여론조사뿐만이 아니다.
여러 매체, 언론계 종사자, 언론학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미디어 법에 대해 대체로 반대가 60%선인 반면 찬성은 30%선에 불과했다.

더구나 지난 1년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협회 소속 언론인 500명과 언론학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신문사가 지상파 방송사의 지분을 허용하는 데 대해 언론인의 78%, 언론학자의 64.7%가 반대했다. 종합편성채널 진출에 대해서도 언론인의 70.8%, 언론학자의 58%가 반대했다. 보도전문채널 진출에 대해서도 언론인의 64%, 언론학자의 54%가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미디어 오늘).

이런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군사작전을 펼치듯이 국회 경호권을 발동하고 직권상정, 날치기 처리를 강행하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기존의 군사정권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름 아닌 방송사와 언론장악이었다. 다시 말해 장기집권을 위해 국민들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막으려는 것이다. 
개회한 지 30분만인 오후 4시 15분, 기어코 미디어법이 날치기 통과됐다. 이제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대기업과 신문은 30%까지, 외국자본은 20%까지 지분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보도전문채널은 대기업과 신문이 30%까지, 외국자본은 10%까지 소유가 가능해졌다.

공중파 방송은 공공의 이익을 대변한다. 그런데 방송국을 소유한 대기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다면 그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 할 수 있을까. 권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대기업이 소유한 방송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비리 등을 고발할 수 있을까.
지난 1966년 사카린 밀수사건을 보자. 삼성 계열 한국비료가 일본에서 사카린을 밀수하다 적발됐다. 그러자 중앙일보와 동양방송은 이를 엄호하고 나섰다.
당시 중앙일보는 "이번 사카린 원료 밀수 사건도 정확한 경위가 이미 관계기관에 의해 발표됐고 왜곡되거나 무분별한 흠이 없지 않은 세론이 비생산적이고 인심을 쓸모없이 자극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를 기대 한다"고 보도했었다.

지난 1990년 노태우 정부가 에스비에스를 허가할 때 조중동은 한 목소리로 반대 했었다. 그런 그들이 방송 채널을 갖게 됐다. 대기업들도 앞 다투어 방송에 진출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인성호(三人成虎) 할 것이다.
오늘은 달이 해를 가린 개기일식이 있었다. 그처럼 우리에겐 그렇게 ‘힘세고 돈 많은 사람에게 유리한 필터, 그 필터에 걸러진 뉴스’만 전달되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