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다수를 보라
침묵하는 다수를 보라
  • 한관호
  • 승인 2009.08.13 09:21
  • 호수 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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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1.

한 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쌍용자동차 문제가 노사합의로 일단락 됐다.
쌍용이란 일터에 평생을 바친 노동자들, 그런데 그들 중 일부에게는 노동자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해고가 통보됐다. 다른 한편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그들은 대립했다. 결국 대형 참사를 우려한 노조가 굴욕에 가까운 협상을 받아들이며 파업을 끝냈다. 이제 남은 건 한 일터에서 한 솥밥을 먹던 형제 같던 이들의 수십 년 정이 서로를 미워하는 깊디깊은 상처가 된 것 뿐이다. 

한 달여 넘게 쌍용자동차 사태를 지켜보는데 가슴이 섬뜩했다. 경찰이 무력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붙이던 와중에 공장 옥상에서 경찰을 막다 도망가던 한 노동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그 노동자는 무릎을 꿇었다.  저항을 포기했다. 그 무릎 꿇은 노동자 머리 위로 경찰이 사정없이 곤봉을 내리쳤다. 

장면 2.

배우 김민선이 피소됐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유통업체인 에이미트가 ‘김민선의 악의적 발언으로 매출액이 크게 떨어졌다’며 3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장을 냈다.
물론 MBC 피디 수첩과 더불어. 김민선은 지난해 5월, 자신의 미니홈피에 “광우병이 득실거리는 소를 뼈째 수입하느니 청산가리를 입안에 털어 넣는 편이 낫다‘는 글을 올렸다.
에이미트가 소장을 낸 근거는 2007년 63개였던 가맹점이 피디수첩 방영과 김민선 발언 이후 16개로 줄었다는 것이다.

장면 1-1.

쌍용자동차 노동자를 구타하는 경찰을 보면서 선연히 오버랩 되는 장면이 있다.
1980년 광주항쟁 때 무릎을 꿇고 처연히 고개를 숙인 시민을 곤봉으로 학살하던 군대의 모습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 이 후 군부가 나라를 주무르던 시절, 무력으로 광주시민을 학살했다. 대게 독재자가 정권 연장을 위해 또는 권력 기반이 취약한 권력자들은 무력을 사용한다.      

이명박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게 법치다. 말 그대로의 법치라면 얼마나 좋은가. 누구도 법을 어기지 않고 법을 어기면 누구나 벌을 받는다. 그런데 이 정부의 법치란 게 회사에서 정리해고를 했으면 고분고분 따르지 왜 회사를 점거 하느냐며 방패로 찍고 군화발로 밟고 곤봉으로 난타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이 대통령, 헌데 무엇이 이 정부를 파쇼정권의 행태를 띄게 만드는 것일까. 그런 차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국군 신분인 기무사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기무사는 군인 신분이 아닌 민주노동당원이나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의 사생활까지 속속들이 미행하고 있다고 했다.  

장면 2-2

에이미트는 왜 김민선 한 사람만 손해배상 소송을 냈을까. 익히 기억 하듯이 지난해 촛불정국 때 소고기 수입반대를 천명했던 연예인은 수두룩하다. 배우 이동욱, 김지우, 문소리, 가수 김희철, 김혜성, 아예 ‘미친소’라는 노래를 만든 힙합그룹 지디 등 등. 특히 김구라는 ‘국교를 힌두교로 바꾸면 어떻겠느냐’고 비꼬기도 했다. 

오래 전, 무엄하게도 한 배우가 최고 권력자와 외모가 비슷하다고 해서 오랜 기간 텔레비전에서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안위와 상관없이 당파성, 정파성을 과감히 드러내거나 논란이 일어 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도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7일, 방송인 김재동이 자신의 트위터에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는 글을 올렸다.
김민선의 피소는 일반대중에 비해 파급력이 있는 공인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사회 흐름과 상통하는 게 아닐까. 

최근 시사 인이 여론조사를 했다. 그 중에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는 법치를 실현하는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검찰과 경찰이 가장 불신을 받았다. 특히 집권 2년차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2007년 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을 겪고 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뢰도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그랬다. 직접 분노하는 소수만 보지 말고 본질을 응시하는 침묵하는 다수를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