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잡은 진월면 ‘이장 특공대’
도둑잡은 진월면 ‘이장 특공대’
  • 홍도경
  • 승인 2011.04.18 09:15
  • 호수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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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대 주민들, 추격 끝에 절도범 검거 ‘화제’

50~60대 주민들이 절도행각을 벌이고 도주하는 범인을 추격 끝에 붙잡아 화제다. 주인공들은 진월면에 살고 있는 경원모(오추마을 이장)ㆍ김경찬(오추마을 전 이장)ㆍ김한호(선소마을 이장)ㆍ정춘휘(신기마을 이장) 씨. 이들은 지난 13일 전문 절도 장비를 가지고 다니며 전국 농촌지역 빈집만을 골라 상습적으로 절도 행각을 벌여온 범인을 붙잡아 일약 진월면 스타로 떠올랐다. 

이장 특공대들의 활약은 이러하다. 수요일인 지난 13일 오후 1시 쯤 이들 4명은 오랜만에 만나 중국집에서 요리를 먹고 오추마을에 살고 있는 김경찬 이장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들이 김 이장 집 앞에 도착해보니  낯 선 ‘허’ 번호판을 달고 있는 렌트카를 발견한데 이어 김 이장 집 2층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40대 남성을 목격하고 수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누구요?”라고 김 씨가 외치자 도둑은 놀란 나머지 2층에서 옆집 지붕으로 뛰어 내려 달아났고, 그 들은 일순간 도둑임을 직감하고 각자 역할을 분담해 도둑을 쫓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부터 ‘이장 특공대’의 일사불란한 작전은 시작된다.

경원모 오추마을 이장은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를 한 후, “마을에 수상한 사람이 침입해 도주 중입니다”라며 마을방송으로 긴박한 상황을 생중계 했다.
정춘희 신기마을 이장은 오토바이를 타고 도둑의 경로를 파악했고 김경찬ㆍ김한호 이장은 산으로 도망가는 도둑을 뒤쫓기 시작했다. 이후 경 이장의 방송을 듣고 들에서 일하던 마을 주민들까지 합세해 10여명이 모여 토끼몰이 하듯 범인을 몰고 갔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했고 끝까지 범인을 쫓고 있었던 마을 주민들이 위치를 알려줘 경찰은 쉽게 검거할 수 있었다.

4명의 주인공들이 각자 업무를 분담해 총지휘하고 조연 역할을 한 주민들이 가세해 도둑을 압박하자 결국, 도둑은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이 적절한 역할 분담과 내일처럼 생각하고 뛰어나오지 않았다면 범인은 잡지 못했을 것이다. 김한호 이장은 “방송을 듣고 옆 마을 사람들까지 나와서 쫓아가는데 범인은 꼼짝 못하지”라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이야기 했다.

이들의 활약에 대해 진월면에서는 칭찬이 자자하다. 정은숙 진월면장은 “세 사람은 현재 이장이고 한명은 전 이장”이라며 “마을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앞장서서 할 훌륭한 사람이다”고 칭찬했다. 정 면장은 이어 “앞으로 이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주민들이 범죄자를 직접 쫓는 것은 위험요소가 많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걱정했다.

한편 붙잡힌 김 모 씨의 렌터카에서는 현금 50만 원가량과 시계 10여점, 훔친 돈으로 구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벌의 새 옷이 발견됐으며 경찰은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김 모 씨는 10여 년 동안 계속 교도소를 출입해오다 지난 2월경 교도소에서 출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을주민들의 단합과 활약에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경원모 오추마을 이장은 “우리 마을에 이러한 일이 혹시라도 발생한다면 앞으로도 마을주민들이 힘을 모아 또 잡겠다”며 “범죄 없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마을에서 도둑을 발견하면 혼자 추적한다거나 맞대결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침착하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경찰에 먼저 신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