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글날을 보내며
다시 한글날을 보내며
  • 광양넷
  • 승인 2006.10.22 20:37
  • 호수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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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인 9일이 560돌 한글날이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또다시 한글날을 보내며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생물의 세계를 보면 순수한 것 일수록 멸종위기를 맞기가 쉽다. 국화 중에서도 가장 순수한 들국화는 개량된 재배종에 비해 그 크기나 생활력이 빈약하다. 말과 글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프랑스어도 예외는 아니다. 요즘 프랑스 사람들은 프랑스화한 영어, 영어화한 프랑스 말을 곧잘쓴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도 오래전 프랑스어를 지키자는 운동이 시작됐다.

 한마디로 외래어의 남용을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야단이다. 말과 글에서도 잡종일수록 생명력이 강하다. 따라서 하루 아침에 순화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 외래어가 곧 국어의 타락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외래어도 있다.
그런 뜻에서 국어 순화운동은 ‘아직도 일부에 남아 있는 일어의 잔재나 영어의 남용을 배제함으로써 우리말을 순화하는 동시에 애국심을 길러내자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말이란 쉴 사이 없이 바뀌어져 나간다. 특히 요즘처럼 국경이 개방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른 때에는 언어행태도 빠르게 변하기 마련이다. 국어가 진화하느냐 타락하느냐는 외래어의 범람때문만이 아니다. 국어를 아름답게 다듬고 가꾸겠다는 주체의식이 문제다.

프랑스 말이 아름다워진 것은 결코 한 두 언어학자 때문만은 아니다. 수많은 시인·작가들이 몇백년을 두고 다듬고 가꾸어 아름답게 만들었다.

여기에다 자기네 국어가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온 국민들의 긍지와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 키우겠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는 또다시 560번째의 한글반포기념일을 보냈다. H·G 웰즈도 일찍이 그의 ‘세계문화사’에서 한글을 세상에서 가장 독창적인 언어라고 찬양한 바 있다.

사실 한글만큼 합리적인 언어는 없다. 그렇다고 언어의 아름다움은 그 순수성만을 지킨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외래어, 특히 한자나 영어를 제한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한글이 우수한 언어였다는 사실만을 들춰낸다고 아름다움을 간직하게 되는 것은 더욱 아닐 것이다.

아름다운 한글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부와 언어학자, 문학자, 언론, 학교가 일체가 되어 끊임없이 다듬고 가꾸어야 할 것이다.
 
입력 : 2006년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