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지역노사문화 창출과 노사마케팅 활동 (Ⅰ)
새로운 지역노사문화 창출과 노사마케팅 활동 (Ⅰ)
  • 광양넷
  • 승인 2006.10.22 20:38
  • 호수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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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신 한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경직된 노동시장의 대명사이던 유럽에서 새로운 노사 상생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지난 7월 보도했다.

기업 경영진은 해외 아웃소싱을 자제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는 대신, 노조는 근로시간 연장과 보너스 삭감을 수용하는 등 노사가 생산성 증대와 기업 회생을 위한 대타협에 나선 것이다. 노조가 자국에로의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다.

노사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노사 문화 창출을 통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시켜 유럽의 만성적인 실업난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았다. 노사간 상생전략으로 고용창출을 높여 국가경쟁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미 이전에도 유럽국가 중 82년에 네덜란드가 바세나 협약을, 87년에 아일랜드가 탈라합의를 통해서 1만불에서 2만불로 가는 계기로 노사 대합의를 이끌어 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네덜란드식이니 아일랜드식이니 하며 벤치마킹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덴마크식까지 거론 되고 있다.

그러나 그만 좀 벤치마킹했으면 좋겠다. 정서가 다르고 국민성이 다른데 말이다. 노사정위원회도 그의 산물이다. 선진사례를 너무 좋아한 것 같다.

벤치마킹은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나서 필요한 것이다. 벤치마킹에도 시기가 있다. 열심히 일하는 지자(知者)는 많은데 고민하는 현자(賢者)가 부족하기 때문에 오랫 동안 반복된 일들이다.   

노사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라 18세기 중엽에 시작된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사용자의 착취가 노동자들을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뭉친 노동자들은 사용자, 정부와의 대립관계에서 많은 피를 흘리기도 했다. 그 피가 메이데이라는 근로자의 날을 만든 것이다. 

   노사관계는 노(勞)와 사(使)만의 관계가 아니다. 이것이 지역중심의 새로운 노사문화를 창출해 나갈 이유이다. 이제는 노사분야도 적극적으로 마케팅 할 필요가 있다. 기업 자체만으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으며, 지역차원에서 함께 노력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777로 보기도 한다.

   첫 번째 7은 6·29선언을 한 87년을 의미한다. 민주화의 바람이 화산 폭발처럼 노사분규로 이어진 것이다. 이는 정치적 환경변화였다. 그동안 발생한 노사분규 수보다 87년 한 해 발생한 노사분규 수가 더 많다고 한다. 독재정권에 의해 억눌려 왔던 노동자의 목소리가 한 순간에 터져 나온 것이다.

이시점은 노조가 단체협상이라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노조입장에서 볼 때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된다. 이렇게 보면 노조의 역사는 매우 짧다.

노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9세기말 이지만 일제 36년과 6·25전쟁, 독재정권으로 제 기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선진국형 노사문화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노사문화가 성숙되지 못한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저력있는 민족임을 우린 여러 방면에서 입증하였다. 한 번 해보자 두 번째 7은 IMF가 터진 97년을 의미한다. IMF는 많은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었지만 노사관계에서 보면 노사가 서로 화합의 길을 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시켜 주었다.

이는 경제적 환경변화였다. 이를 기반으로 아일랜드식인 노사정위원회가 1998년 1월 15일 발족된다. 노사정 당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정책 및 관련된 산업·경제·사회정책 등에 관하여 협의하는 기구로서 국가경쟁력 강화 및 사회통합의 실현을 통한 국민경제의 균형발전을 꾀하는데 있다.

이 위원회는 노사정대타협을 통하여 국가위기 극복의 계기를 마련하였고, 교원노조의 합법화 등 합의사항의 구체적 실천방안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지역중심의 지역노사정위원회는 유명무실하다. 이곳에서 할 일이 많다. 단순히 노사갈등과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직업교육, 지역혁신, 지역 경쟁력 창출 등의 문제도 다루게 된다. 한 번 같이 걸어가 보자. 

   마지막 7은 2007년을 의미하는 것인지 2017년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87년과 97년은 외부적 환경이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마지막 7은 노사 자신들이 하나의 획을 그을 수 있는 축을 만드는 연도가 되어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환경변화가 아닌 노사문화적 환경변화여야 한다.

이는 결승점을 향한 터닝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노사간 상생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의 경쟁력도 함께 높여 나가야 한다. 2007년이기에는 준비가 안 된 것 같고, 2017년이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다. 한 번 함께 뛰어 보자. 

   오늘날 노사관계를 영어로 표기하면 industrial relations로 산업관계가 된다. 노사간의 갈등은 비정규직 증가, 일자리 감소, 기업의 경제적 손실과 시장점유율 감소, 근로자 가정의 불안정 등 사회문제를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사당사자는 노사만이 아니라 정부, 주부, 노사관계자 모두 이다.

그런데 이 지역의 노사문화가 강성이라고들 한다. 통계로 타 지역과 비교해 보면 절대 강성이지 않다. 오히려 노사건수나 근로손실일수는 타 지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문제는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투자자들이 강성이어서 투자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제 노사문화는 국가 차원이 아닌 지역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 울산시에서도 울산발전연구원 주관으로 노사관계자, 학계, 시민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지역 노사협력문화 확산방안이라는 토론회를 가졌다고 한다.

노사문제는 정치적 논리로 풀어갈 문제가 아니다. 문화적·경제적 논리로 풀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역 중심의 노사관계자들이 차분히 이성적으로 풀어가야 한다. 여기에 주부가 함께 참여했으면 한다.
 
입력 : 2006년 10월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