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수능’ 이후
  • 광양뉴스
  • 승인 2011.11.21 09:46
  • 호수 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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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흥남 한려대 교수

올해도 온 국민의 관심 속에서 ‘수능’이 치러졌다. ‘수능’을 치른 고3 당사자들의 물론 수험생을 둔 부모님들의 뒷바라지도 만만치 않았을 터. 모두 마음 고생이 컸을 것이다. 대학마다 전형방식이 약간씩 다르다고는 하지만 ‘수능’의 비중이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얼마나 긴장하고 마음 조리며 시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겠는가!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한마디로 ‘안쓰럽다’.

그런데, 올해 예년과 좀 다른 것은 수능이 치러질 즈음 일부 젊은이들이 ‘대학입시거부’선언이란 좀 색다른 ‘시위’가 있었다. 대학생들의 자퇴 선언을 계기로 촉발된 일부 젊은이들의 이러한 ‘선언’은 사회 각계에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언론에서도 이례적으로 주목했다. 이들의 선언 속에는 대학이 취업 준비기관으로 전락해서 대학 본래의 고유 기능이 상실되는 것에 대한 반성과 고민을 담고 있는 만큼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측면도 있다.

대학교육의 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들의 선언을 보는 입장은 한편으로 착잡하다. 그들의 선언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대학의 현주소와 부끄러운 자화상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취업률을 대학평가 및 최우선의 가치로 여기는 작금의 상황은 장기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은 정녕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 옛날이여’처럼 과거로 회귀하고, 대학의 낭만을 구가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경쟁과 효율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취업은 당면하고도 긴급한 사안이고 제일의 가치로 여기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젊은이들이 너무 현실적인 문제에 얽매여 꿈이 왜소해져만 가면 국가와 사회의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고 보는 맥락에서다.

인생에서 젊은 시절만큼 큰 꿈을 세우고, 또 도전의식을 갖고 살아가기 좋은 때가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젊은이들이 동경하고 로망으로 여기는 삶을 산 사람들의 공통점 세 가지만을 제시하고 싶다. 이것은 사회의 리더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젊은이들이 갖추어야 할 필수항목이기도 하다.

첫째, 자신의 인생관과 철학이 견고하다. 문학 및 역사 철학에 관련된 독서를 충분하게 섭렵해서 자신의 인생관을 확고하게 쌓았음을 그들의 저서 및 행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인문학적 세례를 받아서 주관이 확고하되 독단적이지 않다. 사고의 유연성을 겸비한 셈이다.

둘째, 자신이 잘하고 재미있는 일을 좇아 열정적인 삶을 영위해 왔다. 사람에 따라서는 자기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는 자신의 능력을 자만하는 경우만큼이나 위험한 사고다. 정말 자신이 잘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를 좇아 장래를 설계하고, 이와 관련된 학과의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학에서의 전공 선택은 앞으로 미래를 살아가는 토대가 됨과 동시에 기질, 성향까지도 일정 정도 규정해 준다.

마지막으로 겸허함과 소통능력을 지닌다. 근래 들어 소통능력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한다. 연령, 세대를 넘어 열린 사고를 겸비했을 때 소통능력이 증대된다. 이외에도 천재성을 동경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성실함과 끈기를 소유한 점도 인상에 남는다. 한마디로 비전, 열정, 통찰력, 겸허함, 그리고 성실함은 우리의 젊은이들이 세파를 헤쳐 나가면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필수항목인 셈이다.

‘수능’을 치르고 난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부담을 주려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미뤄 뒀던 여행도 하고, 긴장을 풀 수 있는 여가활동을 권장하고 싶다. 동시에 ‘수능’ 이후는 정말 차분하게 자신의 미래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인생관을 확고하게 세우기 좋은 때다.

책을 통한 만남 못지않게 여러 사람들을 만나 마음의 문을 열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또 그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지혜로운 자세가 요구된다. 젊은 시절 자칫 편견을 갖기 쉽고, 친구들의 선택을 따라 하기 쉽다. 이런 선택은 적지 않은 낭비적 요소가 도사리고 있고, 무엇보다도 귀중한 시간을 잃기 쉽다. 상황에 떠밀려 하는 선택은 신중치 못한 경우가 많고 나중에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이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선택한 뒤에는 가능한 뒤 돌아보지 않고 고난과 역경에도 과감하게 대면하는 젊은이들이 우리 지역사회에 보다 많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