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가 불만을 표출하면…
지도자가 불만을 표출하면…
  • 백건
  • 승인 2006.12.06 23:43
  • 호수 1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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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006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은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는 때이지만 성탄절과 연말정산을 즈음해 증대되는 각종 기부와 그리고 망년회를 비롯한 각종 모임 때문에 마음은 상대적으로 훈훈한 편이었다. 그러나 올 12월은 추워지는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삭막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구성원들이 지도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지도자가 그 조직을 떠난 사례는 별로 없다. 대통령이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아 대통령직을 추구하지 않은 예외적 사례로 프랑스의 드골을 들기도 하지만, 그 사례 또한 엄밀한 의미의 권력 사퇴는 아니었다.
 
지도자가 중도에 떠난 경우 대부분은 혁명과 쿠데타 등 강제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 자발적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대신에 조직의 구성원들이 조직 지도자에 대한 실망 때문에 조직을 떠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절이 싫으면 절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들 하는데, 실제 그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사찰 주지가 아니라 일반 승려 혹은 일반 신도들이다.
 
싫다는 절도 따지고 보면, 불교 교리가 싫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찰 주지가 싫다는 뜻이다.

불교를 포함한 여러 종교단체에서 신도가 이탈하는 경우 대부분은 종교에 대한 이탈이 아니라 그 종교단체 지도자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종교단체뿐만 아니라 직장 이직에서도 직장은 마음에 들지만 직장 보스에 대한 불만으로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 단위에서도 국민이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그만 두는 현상보다 대통령이 싫어서 국민들이 이민 가는 현상이 더 흔하다.

이러한 현상들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국가, 직장, 종교단체 등의 지도자가 구성원에 대해 아무리 많은 불만을 갖고 있더라도 조직 구성원이 그 지도자에 대해 갖는 불만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불만은 글자 그대로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는 사실을 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지도자가 불만을 표출하면 할수록 그만큼 사치스럽고 배부른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지도자에 대한 불만은 더욱 증대되는 것이다.

사실 권력자의 불만은 그 권력이 가장 효과적일 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나온다. 같은 자리에서도 권력의 크기는 장소와 시간에 따라 다르다. 종교적 리더십을 제외한 모든 세속적 권력은 무한하지도 않다.
 
언젠가는 권력이 끝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권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또 권력에 엎드리기도 한다. 그러한 권력에 대한 무상감(無常感)은 권력 교체의 시기에 더욱 체감된다.
 
특정 지도자의 임기가 어떤 이에게는 어둠의 터널이었고, 어떤 이에게는 그야말로 광명의 날들이었을 것이다. 물론 남들이 보기에 광명의 날들을 보냈던 자들은 그 특정 지도자의 임기 내내 손해를 보았다고 푸념할 지도 모른다. 반대로 남들의 눈에 암울하게 보냈다고 말해지는 자들은 의외로 행복하고 독립적인 나날들을 보냈었다고 스스로 자위할지도 모른다.

모든 권력은 공(功)뿐만 아니라 과(過)가 있게 마련인데, 그 과가 권력 교체 이후에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권력교체 이후에도 미치는 과는 바로 구성원으로 하여금 마음을 떠나게 한 것이다.
 
조직의 생명은 소속감에 대한 진정성이며, 그러한 조직 사랑이 없으면 그 조직은 와해되기 마련이다.
 
마음이 떠나면 정말 그 조직의 생명력은 끝난 것이다. 그 경우 새로운 지도자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는 조직 구성원들을 아우르는 것이다. 어떻게 떠난 마음 추스르느냐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의 능력이다.

연말이면 부정적인 화두가 등장하게 마련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은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인데, 그 기대가 늘 충족되지 않음은 물론이다. 충족되지 않더라도 희망은 희망 자체로 사람들에게 큰 즐거움을 제공한다.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내년에 다가올 여러 변화를 새로운 즐거움으로 생각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