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달콩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의 ‘행복’
알콩달콩 살아가는 다문화 가정의 ‘행복’
  • 정아람
  • 승인 2012.05.14 10:21
  • 호수 4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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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둣방 운영하는 김성관 씨

 

'뽀드득' 구두를 닦고 있는 김성관씨.
-가정의 달 특집-
 “내 아내 로나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입니다”

 

“쓱싹쓱싹…뽀드득”
오늘도 어김없이 오른손엔 까만 구두약으로 물든 하얀 헝겊을 손가락에 감고 구두를 닦는다.

깨끗하게 닦인 구두 한 켤레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것만 같다.

우리 삶에 이렇게 반짝반짝 윤이 날 때가 얼마나 될까?

구둣방에는 구두 종류도 여러 가지다. 한 뼘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하이힐부터 신사화, 어떤 손님은 걸음걸이가 똑바르지 않은지 구두 바닥 한쪽이 심하게 닳아있다.

어떤 구두는 얼마나 관리를 잘했는지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하다. 구두 색깔도 가지각색. 구두를 보면 그 사람 인품이 보인다는 얘기가 빈 말은 아닐 것이다. 

무등 파크 앞 사거리 모퉁이에서 구둣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성관(48) 씨. 순천이 고향인 김 씨는 광양에 온 지 올해로 7년째다. 그에게는 구두보다 소중한 가족들이 있다.

광양에 온 지 1년만에 결혼을 한 김 씨는 지금 사랑하는 아내 로나(32) 씨와 4살인 딸, 지난해 태어난 아들을 두고 있다. 

'우리 가족 참 이쁘죠?' 핸드폰 속에 있는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흐뭇해 하고 있다.

그의 아내 로나 씨는 필리핀에서 왔으며 현재 옥곡초에서 방과후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방과후 수업이 끝나면 어학원을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등 하루 종일 부지런히 움직인다.

김 씨는 “아내가 다른 학원으로 옮기면 아이들이 따라 옮길 정도로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여성”이라며 아내 사랑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김 씨는 지난 2008년 아내를 만나 바로 결혼했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결혼 초기에는 고생 꾀나 했다고 한다. 김성관 씨는 “처음엔 말이 안통해서 답답하고 죽는 줄 알았다”며 “언어가 이렇게 중요한 건지 결혼하면서 처음 알았다”고 씨익 웃었다.

말이 안 통하니 손짓 발짓 섞어가며 어렵사리 하루하루를 서로 맞춰가며 살았다. 하지만 부부 아니던가.

필리핀 아내와 한해 두해 살고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면서 이제는 여느 부부와 다름없이 화목하게 살고 있다. 김 씨는 “우리도 평상시에 보통 부부들처럼 싸움도 많이 한다”며 “하지만 곧바로 화해하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부부싸움도 오래 가지 않는다”고 겸연쩍어 했다.

(왼쪽부터)친정어머니, 딸, 아내, 아들
지금 삶이 가장 ‘행복’

 

김 씨는 아내 로나 씨의 장점에 대해 배려심이 많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들었다.

그는 “자신보다는 나와 가족을 먼저 생각해주는 아내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다”며 “살면 살수록 이 여자랑 결혼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아이들과 함께 처음으로 아내의 고향인 필리핀을 다녀왔다.

“여자를 잘 만나서 팔자에도 없는 해외여행도 처음 해봤는데 참 좋았다”는 그는 “처가 식구들도 만나고 필리핀도 구경해보니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비슷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가족이 항상 손을 맞잡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라고 말한다.

그는 “큰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그럴 욕심도 없다”며 “하루하루 먹고 살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도 자신에게는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다.

김성관 씨는 “근심으로 얼룩진 모든 것들을 깨끗하게 닦아 주고 싶다”며 “손님들이 흐뭇하게 신을 신고 갈 때면 가장 보람차다”고 말했다.

그는 “보잘 것 없지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삶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 가족이 항상 건강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크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욱더 많은 사랑을 주고 싶다”고 소망했다.

김 씨는 이어 “아내를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최대 행운이자 행복”이라며 “항상 아내에게 감사하게 여기며 사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