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꽃 피워준 색소폰”
“인생의 꽃 피워준 색소폰”
  • 정아람
  • 승인 2012.08.03 21:56
  • 호수 47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애견 보람이와 공연하는 최두원 씨


‘너만은 변치 말자. 나만 혼자 쓸쓸해도 그 시절 못 잊어’

마동 근린공원에서 가수 고봉산의 노래인 ‘용두산 엘레지’가 은은히 울려 퍼진다. 3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때로는 묵직하고 감미로운 색소폰 소리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곡에 맞춰 주변에 있던 어르신들이 덩실 덩실 몸을 흔들고 있다. 어르신들이 화답을 하자 색소폰 스톱 위로 그의 손가락은 더욱더 힘을 얻은 듯 리듬을 타고 있다.

마동 근린공원과 와우생태공원 등 지역 곳곳을 다니며 색소폰을 들려주고 있는 최두원 씨(48). 그는 색소폰을 하나 매고 여기저기에서 이웃들과 어울리며 즐거운 삶을 살고 있다. 어느새 음악을 접한 지 30년이 훌쩍 넘었다는 최 씨는 “15개월 전 배운 색소폰이 이제는 평생 반려자나 다름없다”며 색소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최 씨가 음악을 접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이다. 18살 무렵 취업을 나간 그는 좁디좁은 기숙사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외로움에 시달렸다. 그러던 중 기숙사 동료를 통해 우연히 음악을 알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타를 구입했다. 기타를 배우면서 음악에 흠뻑 빠진 최 씨에게 기타는 외로움을 견뎌낼 수 있도록 해준 가족이자 친구였다.

이후 기타를 더욱더 열심히 배워 출장밴드에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했다. 하루하루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이 행복했던 최 씨는 하지만 번듯한 직업도 필요했다. 다압이 고향인 그는 중마동으로 나와 택시기사를 하기 시작했다. 택시기사로 생활하면서 연애에도 눈 뜨기 시작했다. 첫 눈에 반해버린 지금의 아내. 결혼 전 데이트 신청을 했지만 한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하루 극심한 사랑앓이를 했던 그에게 택시는 사랑을 맺어준 큰 매개체였다. 우연히 지금의 아내가 세 번이나 손님으로 탄 것. 인연이라고 생각한 최 씨는 설득과 고백을 받아낸 끝에 결국 지금의 아내와 결혼에 성공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바쁘게 살아갈 즘 음악에는 조금씩 소홀해졌다. 한때 음악이 아내였고 아내가 음악이었지만 빠듯한 사회생활 속에 음악은 조금 멀어져 갔다. 점점 나이가 들 무렵 그는 악기가 사무치게 그리워 졌다. 음악 없이 살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최 씨는 15개월 전 기타보다는 이제는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하루하루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 들면서 기타와는 또 다른 음악의 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그가 색소폰을 연주 하러 가는 길에는 동반자도 있다. 애견인 ‘보람이’다. 선글라스를 낀 보람이는 색소폰을 연주하는 그 보다 더 인기스타다. 최 씨는 “죽을 때 까지 색소폰은 놓지 않을 것”이라며 “보람이와 동행하며 내 연주를 듣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도 방방곡곡 다닐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는 색소폰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최두원 씨는 “요즘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동호회 공연은 잠시 늦춰지고 있다”며 “지금도 동호회 사람들과 연주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도 어디선가 흐르고 있을 색소폰 연주가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