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옥곡중 ‘가을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을 마치고
[기고] 옥곡중 ‘가을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을 마치고
  • 광양뉴스
  • 승인 2012.10.08 09:27
  • 호수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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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란 옥곡중 1년 정수이 엄마
아직은 따뜻한 가을 초입에 옥곡중학교 ‘가을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에 참여했다. 딸아이와 둘만의 여행도 처음이었지만 학교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온전히 참여하기도 처음이라 아침부터 설레이는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강진과 보성을 거치며 ‘청자박물관’, ‘다산초당’, ‘영랑생가’, ‘태백산맥문학관’을 답사하는 제법 빼곡한 일정에도, 기행의 기대감과 일상을 벗어난다는 여유로움은 모두 내 맘과 같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하며 일정을 시작했다.

처음 들렀던 강진 ‘고려청자박물관’에서는 매스미디어에서만 접했던 보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여기에 이론적 해설이 더해지자 수세기를 살아왔으나 변함없이 고고한 고려청자의 독보적 존재감, 선조의 장인정신과 현명함에 절로 고개가 조아려 졌다.

비취빛 여운을 안고 찾은 다음 행선지는 ‘다산초당’. 실학자 정약용의 유배지에서의 삶과 제자들과 함께한 지치지 않는 학구열에 경탄했고, 백련사까지의 숲길을 걸으며 다산과 초의선사의 걸음인 냥 여유로움을 만끽하며 일상의 고단함도 털어보았다.

백련사의 멋스런 배롱나무 밑 꽃무릇은 붉고 긴 속눈썹을 연신 깜빡이며 화사한 자태를 뽐냈고, 바위틈으로 흘러내리는 물맛도 정겨웠다. 은근히 울리는 풍경소리를 배경삼아 울창한 동백나무숲을 걸으며 탐스런 꽃송이를 흐드러지게 매달았을 동백나무를 상상해 보았다.

걷느라 힘들었을 아이들과 식사를 마치고 들른 세 번째 목적지는 ‘영랑생가’.

그저 유명시인 영랑과는 달리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과 작가의 개인적 사정을 알고 난 후 다시금 느껴보는 작가와 작품들에서, 그 시대 참으로 고단했을 삶과 문학작품 본연의 순수함을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나라 잃은 통한의 아픔도 모두 느꼈으리라.

 ‘오메 단풍 들것네’는 중학생이었던 내게 사투리를 글감으로 쓴 시인을 신기해 하며 한동안 그 차진 시구를 되뇌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시문학파기념관 관람을 끝으로 그들의 용기에 감동하며 마지막 일정인 <태백산맥문학관>으로 이동했다.

대학시절 내게 저릿저릿한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던 조정래의 ‘태백산맥’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10권 마지막 장을 넘기며 눈물 쏟던 그 새벽으로 돌아가 늘 먹먹해지곤 한다.

지금은 가물거리는 수많은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해설사의 해설에 새록새록 떠올랐다. 문학관은 완간까지의 작가의 노력과 녹록치 않던 냉전의 시대를 겪어 내었을 작가의 정신적 고뇌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태백산맥’은 민족분단의 현실에서도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 주듯이 이런 마음가짐을 요즘의 우리 아이들도 품고 있으리라 믿어 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늘 하루 답사했던 곳을 떠올려 보며 그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어느 한 부분 치우침 없이 소중했고 치열했음을 거듭 배웠고 요즘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도 각자의 삶과 역할에 소중함을 깨닫고 늘 최선을 다해 보길 바래본다

문학기행 일정동안 제법 잘 따라와 준 딸 수이에게 고맙고 의젓했던 옥곡중학교 학생들, 아이들보다 더 열정적인 학구열을 보여주신 부모님들, 귀한 시간 박식함으로 우리들을 끌어주신 최규원 선생님께 감사한다.
또한 아이들과 공감하는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게 배려해주신 임형근 교장선생님과 교직원들께 깊은 감사를 보낸다.

이번 여행은 내게 있어 부족한 자신을 성찰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으며 또한 감동이었고, 그 감동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기에 더했던 것 같다.

설레였던 하루를 추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