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걱정과 스트레스는 ‘약’
적당한 걱정과 스트레스는 ‘약’
  • 태인
  • 승인 2008.03.13 09:08
  • 호수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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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어부가 전어를 잡아 한가득 싣고 돌아왔습니다. 돌아와 보니 한가득 들어 있던 전어들 중 반쯤은 죽어 있었습니다. 며칠 후 어부는 또 전어를 잡아 싣고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운 좋게 문어가 한 마리 포획되어 문어와 전어들이 한 어항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부는 문어 때문에 더 많은 전어가 죽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지만 돌아와 보니 놀랍게도 한 마리의 전어도 죽지 않고 살아있었습니다.

얼마 전 미국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정신과학조망저널'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적당히 행복한 사람들이 매우 행복한 사람들 보다 더욱 건강하고 더욱 장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매우 행복하기만한 사람보다 약간의 걱정을 가진 적당히 행복한 사람들이 더욱 건강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입니다. 

위의 일화와 일리노이대 연구결과가 공통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적당한 긴장이나 스트레스는 건강을 위해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말입니다. 문어와 함께 있던 전어들은 문어 때문에 계속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있어야 했을 것이고, 그 상황이 오히려 전어들에게 생명력을 북돋아 주었던 것입니다.

한국인에게 유독 스트레스가 많은 모양입니다. 얼마만큼 행복을 느끼는가를 수치로 계산한 ‘행복지수’에서 다른 나라사람들과 비교해 거의 꼴찌 수준에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보수나 승진,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겪는 스트레스, 학교에서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친구를 이겨야만 하는 상황, 명절만 되면 나타나는 주부들의 ‘명절증후군’까지,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구도와 권위에 순종해야 하는 유교적 관습에 얽매인 한국 특유의 문화에서 비롯되는 탓일 겁니다. 사실 이런 스트레스는 우리나라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괴리 즉 계층 간의 부조화 때문에 야기되는 측면이 있어 치유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사회문제를 개인의 스트레스로 연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 가입니다. 보수가 작다고, 지위가 낮다고, 성적이 좋지 않다고, 왜 나는 이런 가정에 시집을 왔느냐고 탓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일단 자신이 겪고 있는 스트레스를 파악해 보고 정말 극복할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면 대부분 마음가짐 상태에 따라 극복할 수 있는 것들이란 걸 알게 됩니다.

 살아가는 일은 긴장과 스트레스의 연속입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도 있듯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라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스트레스를 하나의 자극으로 받아들이면 긍정적 에너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라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어서 활용여하에 따라서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하게 됩니다.

한 예로 스트레스를 근력운동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무게가 지나치게 가벼우면 근력을 키울 수 없듯이, 스트레스를 너무 적게 받으면 발전도 적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근육을 키우는 과정에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게 됩니다. 받아들이는 마음, 이러한 마음가짐이 곧 스트레스를 발전의 원동력으로 승화시키는 메인파워로서 자신의 계발은 물론 인체의 생명활동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스트레스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셈입니다. 부족함이 없는 곳에서는 아무 걱정 없어 죽어버린 전어가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누구나 예외 없이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자기 삶의 원동력으로 활용할 것이냐, 아니면 스트레스에 함몰돼 버리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자신의 의지에 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