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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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01 09:24
  • 호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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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광·복향옥부부의 귀농일기
“내일 바닷바람이나 한 번 쐬고옵시다.” 마을에서 친목회 총무를 담당하고 있는 동배씨가 며칠 전부터 마을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한 번 다녀오자며 조심스럽게 내 의향을 물어온다. 생각해보니 이 마을에 와서 마을사람들과 어울릴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들과 함께 어울리며 얼굴을 익히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여 쉽게 그러자고 대답했다. 어찌보면 도회지에서 살다온 우리들과는 조금 이질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이런 기회에 그런 낮선 분위기를 털어버리고도 싶었다.

아마도 그들은 오래전부터 힘든 일을 하면서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는 지도 모르겠다. 매일 일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그들은 바쁜 가운데에서도 즐길 것은 즐기고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밤새 김밥을 만드느라 분주했고 버스 안에서 먹고 마실 여러가지를 바지런하게 준비했다. 마치 소풍을 앞둔 아이들의 마음과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마을 공터에는 벌써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나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밝은 표정과 단정한 옷차림은 오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하는 듯했다. 그들을 바라보니 여행이란 것이 농촌 사람들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를 앞세우고 버스에 올라타니 사람들이 김밥이며 음료수를 그득 가져다준다.

벌써 버스에서는 빠른 템포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흥에 겨운 사람들은 벌써 어깨를 들썩인다. 새롭게 이발도 하고 옷차림도 말끔해서 논이나 밭에서 만나던 사람들과는 매우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것 자체가 농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보람이며 즐거움일 것이다. 옆 자리에 앉은 성훈 아빠로 부터 철따라 마을에서 여행 다니는 이야기며 그곳에서 일어났던 갖가지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내 신명이 난 사람들은 일어서서 그 노래에 화답하고…힘차게 몸을 흔들며 노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만으로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차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며 불편해하던 다섯살 난 하진이도 어느새 노래의 리듬을 익혔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흥얼그린다. 여러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니 저도 노래를 하겠다며 엄마를 졸라댄다. 마이크를 들이대자 "섬집 아기"란 노래를 음정 박자 틀림없이 정확하게 불러댄다. 마을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에 화답하듯 이 번에는 아예 통로 밖으로 나와서 어른들이 추는 춤을 따라하며 몸을 흔든다.

나와 집사람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하진이의 돌연한  모습에 놀라워한다. 어른들이 즐기는 일명 막춤을 하진이는 쉬지 않고 아주 열심히 추었다. 마을사람들은  아이가 막춤부터 배워서 큰일이라며 웃으면서 우리를 위로해 주었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선 여행길에는 보이는 모든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노래하며 몸을 흔드는 것이 지쳐보일 때쯤되어서야 완도에 도착했다. 격렬한 분위기의 버스에서 내려오니 시원한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다.

곳곳에 떠있는 듯한 섬들이 마치 하나의 나라들인양 서로 다른 느낌이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니 한 숨을 쉬듯 심호흡이 나온다. 작은 배들과 여러 섬을 바라보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화로워진다. 여행의 참맛이 느껴지는 광경이다. 돌아오는 버스 내에서도 사람들은 나에게 술을 권하며 흥을 돋구었다. 다시 시작된 음주와 가무의 시간, 절대 끊어지지 않을 듯하던 열광적인 버스 내 분위기도 버스가 마을 앞에 도착한, 밤이 깊은 시간이 되어서야  끝나버렸다. 흥겨움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다.
저들은 내일이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논과 밭으로 경운기를 몰고 나갈 것이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