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절망의 사회, 2013년은 모두 같이 살자!!
[기고]절망의 사회, 2013년은 모두 같이 살자!!
  • 광양뉴스
  • 승인 2012.12.31 09:45
  • 호수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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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미래전략팀장
현대중공업 비정규직노동자 이운남 님,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님, 한국외국어대학교 노동자 이호일님, 민권연대 활동가 최경남 님…18대 대선 이후 절망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이다. 쌍용자동차에서만 정리해고 사태이후 23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공장이 아닌 하늘로 오르고 있다. 쌍용차, 현대차, 유성기업 등의 노동자들은 정리해고 철회, 불법파견 금지, 노조 파괴 중단을 외치며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목숨을 건 절박한 농성은 도처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 어디에도 이들을 받아 주는 곳이 없다.

IMF 이후 한국사회는 ‘해고는 살인’이 되는 사회 구조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 정리해고가 일상화되었고, 이를 막기 위한 노동자들의 유일한 수단인 파업에 대해서도 폭력 진압과 손배가압류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비정규직이 과반이 넘는 고용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가정은 붕괴되고 있다.
이에 반해 기업은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재벌의 곳간은 넘쳐나도 노동자들의 인권과 고용은 천길 낭떠러지에 몰려 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 빈곤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내놓는 국민들의 자살률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나라의 기둥이자 미래인 청년들은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6무세대(일자리, 집, 연애, 결혼, 출산, 희망)로 불리며 절망에 허덕이고 있다.

숭고하고 성스러운 성탄절 날 노동자가 절망 속에 자살을 해도 기독교계 지도자 누구도 탄식 한마디를 내뱉지 않는다. 종교가 이념논쟁과 정치권력의 향방에는 깊이 개입한 듯 보인다.

절망은 인간이 극한 상황을 맞아 자기의 한계와 허무함을 자각할 때의 정신 상태를 일컫는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노인과 바다’ 등의 작품을 남기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절망감에 자살을 하였다고 한다.

노동자들, 학생들, 청년들, 노인들이 자살하는 이유는 절망하기 때문이다. MB정권 5년을 힘겹게 버틴 네 분의 노동자도 앞으로 똑같은 5년을 버텨야 하는 절망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절망은 삶의 최대 적이다.

2012년 서점가는 힐링(healing) 관련 서적이 싹쓸이 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힐링 열풍을 ‘자위’라 표현한다. 우리 사회에 드리워진 짙은 절망은 개개인의 내면 치유로 해결될 수 없다. 일자리, 학업, 고용, 건강, 노후 등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절망을 치유할 수 없다. 세대간의 공존을 도모하지 않으면 절망은 지겹도록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당장에 전부 해결할 수 없더라도, 시민들이 절망 사회를 희망 사회로 만들겠다는 열망으로 정치권과 경제계에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절망 사회의 원인을 자각하고, 사회 구조를 바꿀 것을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희망을 사회 곳곳에 수놓을 수 있다.

2013년은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일자리와 노동인권을 위해 죽으면서 싸우는 노동자들, 경쟁에 내몰리고 희망을 잃어가는 학생들, 생활고에 시달리는 빈민들과 이주민들, 보살핌의 손길이 필요한 농촌과 도시의 노인들. 어려움에 처한 가까운 이웃들부터 돌아보자. 희망과 힐링은 관심과 연대에서 시작된다. 모두 같이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