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스승 밑에 빼어난 제자 있다
훌륭한 스승 밑에 빼어난 제자 있다
  • 강석태
  • 승인 2008.09.04 08:57
  • 호수 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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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식 중마고 교장선생님의 칼럼을 읽고>

필자는 중마고등학교 정기식 교장님과는 일면식도 없다.
그러나 정 교장님이 광양신문(8월 28일자) 목요칼럼에 기고한 ‘수월성 교육의 올바른 이해와 실천’을 읽고 공감하는 바가 있어 이 글을 쓴다.

알다시피 우리 사회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특히 자녀교육문제는 그 중에서도 앞자리를 차지하는 문제로 꼽힌다. 교육은 만인이면 만인이 일가견을 자랑할 만큼 모든 사람이 교육전가 연 한다.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사견을 말하자면 이 분야도 타 분야, 이를테면 의학계라든가 하는 분야와 마찬가지로, 교육을 전공한 전문직 교사가 핵심적 역할을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필자는 교원(교육종사자 모두)의 질이 교육을 좌지우지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여러 가지 교육개혁에 관한 의견들이 백출하는 가운데, 가장 으뜸가는 대안을 제시하라면 필자는 서슴지 않고 ‘교사가 대안이다’ 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육계의 현주소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젊어서 교육에 몸 바쳤던 전직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한심스럽고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런데 오늘 정기식 교장님의 글을 읽고서 절대로 절망하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아니 밝게 떠오르는 동해의 태양을 보듯 희망을 보았다.  교육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교육의 참뜻을 망각하고 있는 사이비교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말없이 참스승의 길을 걸으면서 후진 양성과 인재개발에 땀 흘리는 후배교육자들이 엄연히 이 땅에 존재한다는 것에 가슴이 뿌듯하다.

중국 당나라 중기의 대학자 중 하나로 꼽히는 한유(韓愈)의 글에 이런 것이 있다. ‘세상엔 백락이 있은 연후에 천리마가 있다(世有伯樂 然後 有 千里馬). 세상에 백락과 같은 훌륭한 말 감별사가 있은 연후에 천리마가 있다는 뜻이다.
이것을 바꿔서, ‘세상에 인재는 많지만 이를 알아서 등용하는 재상은 드물다’는 뜻으로, ‘千里馬는 常有이나, 伯樂은 不常有이니라’ 는 글귀가 생겼다. 새김을 보태면,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명마는 어느 시대이고 있지만 이를 알아볼 줄 아는 백락과 같은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것은 아니라’ 이다. 여기 나오는 백락은 주나라 때 사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잘 감별해서 이름이 난 사람이다.

이 말을 좀 풀이하면 세상에 재능이 있는 학생은 많으나 그 재능을 뻗히게 지도할 스승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실상 이 세상 모든 어린이, 학생은 무한대한 천부의 능력을 타고 났다. 재능이 누구는 있고 누구는 없는 것이 아니다.  정기식 교장님이 글에서 지적했듯이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무한히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부 잘하는 학생,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학생을 골라서 지도하는 소위 영재교육이나 특기교육 따위를 수월성교육과 혼동하지 말 것을 정 교장님은 알기 쉽게 설명하였다. 말이 좀 곁가지로 흐르나, 지금 세상이 뒤죽박죽이 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용인술이 이 한유의 말씀을 알았던들 이렇게 엉망인 인사정책은 안 했으리란 생각에서 안타깝다. 진즉 정기식 교장님에게서 배웠더라면…
앞에서 필자가 지적한 전문성, 프로로서의 교사가 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해 정기식 교장님은 글 말미에 두 가지를 말하였다. 하나는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의 관점이며, 또 하나는 교사의 교육의 방법에 관한 전문성이라 했다.  동감이다.

우리 사회에 정 교장님과 같은 교육자가 있어서 반갑고 고맙다. 세상을 이곳저곳 떠돌다가 마지막으로 철이 좀 들어선지 고향 땅에 되돌아와서 말년을 보내면서 모처럼 좋은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혹여 정기식 교장님의 뜻을 거스른 점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기 바란다. (2008. 8.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