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불심이 주는 의미
‘성난’ 불심이 주는 의미
  • 한관호
  • 승인 2008.09.04 09:01
  • 호수 2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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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가 뿔났다.
서울 시청 광장에서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성에 항의하는 불자와 스님들이 대규모 법회를 벌였다. 하지만 정부는 눈도 꿈적 않는 형국이다. 진화에 나서도 시원찮을 판에 도리어 불교계 집회 이튿날 김진홍 목사가 상임의장으로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을 청와대로 초청,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그런 한편으로 종교차별에 항의하며 한 스님이 할복자살을 기도했는데 텔레비전을 타면서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대중성을 지닌 목사가 ‘스님들도 기독교를 믿어야 한다’는 망언이 대서양을 건너왔다. 불난 집에 기름 붓는 꼴이다. 그 목사가 한 발언의 진의가 기독교 나라인 미국의 정서를 고려 한 아부성 발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야말로 타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내가 믿는 종교만이 유일하다는 오만이라면 이는 참으로 심각하다. 십자군 전쟁을 비롯해 종교간 갈등으로 인한 전쟁이나 학살이 자행된 예가 많음을 역사가 기록하고 있다. 하여 자칫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아니라 죄 없는 기독교, 불교 신자들만 불신의 골이 깊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다.   

그러나 기실 모든 종교는 추구하는 방법은 다르나 그 근본은 하나다. 사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사람과 사람이 상생하며 사는 사회를 추구한다. 극히 주관적이기는 하나 사실 필자는 하느님이나 부처님이나 신이라 하기보다는 아둔한 우리들 보다 진리를 먼저 깨우친 선각자라고 본다. 나아가 이론만이 아니라 깨우침을 몸소 실천한 활동가라고 생각한다.  

이는 그분들의 삶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은 평생 일신의 안위를 개의치 않았다. 재물을 탐하지 않았으며 늘 병자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하셨다. 따르는 무리가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호의호식 했으련만 청빈한 삶을 살다 가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종교는 그분들의 뜻을 제대로 이어받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필자의 고향에는 작은 시골임에도 불구하고 도시 못지않은 큰 교회가 있다. 헌데 이 교회가 자리 잡은 곳은 본래 도시계획상 소방도로가 지나가야 할 자리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교회가 들어섰고 소방도로는 교회 담벼락에 막혀 버렸다. 혹여 주택가에 불이라도 나 일 분 일초를 다투는 시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소방차나 구급차가 우회해야 한다. 헌데 지역 언론에서 조차 이런 부당함을 보도하지 않았으니 그 교회의 권세가 대단한 모양이다. 물론 허가를 내준 행정이 문제지만 교회 스스로 내 신자들의 일신에 나쁜 거라면 이를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필자가 6개월여 머물렀던 한 도시의 사찰은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며 오물을 버려 환경이 훼손된다며  등산로를 막아버렸다. 산을 오르는 데 큰 불편을 겪는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 산자락 일부가 절 소유란 게 이유인데 이는 부처님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부처님, 예수님처럼 늘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성찰이 필요하다.

그런 한편 부처님 오신 날이면 성당에 석가탄신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걸 볼 수 있다. 스님과 신부님들이 축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신문에서 본다. 어떤 목사님은 부처님 오신 날 봉축 법회에 참석해 불자들과 함께한다. 이처럼 종교인들은 교리를 떠나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 있다.  
요즘 들어 엄마가 뿔났다는 연속극이 인기다.

그 중에서도 중견배우 장미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미희는 교만하고 잘난 체 하는 여자다. 남편을 우습게 봐 매사를 무시하려 든다. 급기야 자존심이 상한 남편은 참다 못 해 이혼을 요구하며 가출한다. 저러다 말겠지 했던 장미희는 남편의 굳센 저항에 백기투항 한다. 나아가 삐친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 체질과는 거리가 먼 갖은 애교까지 부린다. 결말은 대충 눈에 보인다. 여보 사랑해로 끝날 것이다.     
최근 불심이 분노하는 근원은 차별에서 비롯됐다.

이 정부 들어 그 차별이 더 심화되고 있다. 야심차게 내 놓은 감세정책이란 게 가진 사람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 방송과 언론기구, 공공기관 등에 내 편을 심자며 임기를 보장받은 이들을 거리로 내쫓는다. 차별과 편 가르기가 주는 결과는 국론분열이다. 이미 차라리 이민이나 갈까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은 불편한 것에 분노하는 게 아니라 부당한 것에 분노한다. 불교인들의 마음이 곧 온 국민의 마음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