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더 이상 건드리지 마라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더 이상 건드리지 마라
  • 광양뉴스
  • 승인 2015.06.05 21:19
  • 호수 6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전남상담소 소장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근로기준법 제1조).

 이와 같이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해줌으로써 내수를 진작시켜 국민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게 하는 제도이다. 45년 전 청년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하면서‘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마라’고 했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최소한의 근로조건인 근로기준법을 냉소하는 사용자가 넘쳐나고 있다.

 산업화초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노동자들이 저임금에 온갖 희생을 감내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일구어 왔지만 노동자에게 남은 것은 병에 찌든 몸과 가난뿐이다. 친 기업성향의 보수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대한민국의 구호만 앞세우면서 모든 잘못을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으로는 정규직해고가 어려우니까 해고를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뜯어 고치자고 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규직해고가 OECD평균 보다 훨씬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93조는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자는 취업규칙을 작성하여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94조에서는 기존의 취업규칙을 불이익(현재의 근로조건보다 열악하게)하게 변경하고자 할 경우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의“동의”받도록 하고 있다.

 취업규칙에는 업무의 시작과 종료, 휴일·휴가 및 근로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적시하고 있지만 사실상 노동에 대한 최저기준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 취업규칙은 사문화되고 노사가 교섭을 통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제반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이 조직되지 않은 사업장의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에 저촉되지 않을 만큼 최소한의 근로조건만 담은 내용을 취업규칙으로 만들고 있다. 사안이 이러한데 정부는 사회적대타협이라는 허구를 내세워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게 될 근로기준법의 개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71조에는 1일에 2시간 1주일에 6시간, 1년에 150시간 이상의 시간외 근로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는 1개월에 150시간의 시간외 근로를 마다하지 않는다.

 집권초기에는 영국의 대처정책을 고집하더니 이제 와서는 찬반논란에 휩싸인 독일의 하르츠개혁에 열공이다. 하르츠 개혁의 기본은 독일이 경기불황에 직면하자 기업이 어려워도 경영상해고를 않겠다는 것이 핵심이었으며 그 약속을 지켜졌다. 대한민국 정부가 노동관련 독일을 논한다는 것은 노동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다.

 단일노조이면서 산별체계인 독일은 노조에서 경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작 옳은 제도는 보지 못하는 이 정부는 노사가 교섭을 통하여 체결한 단체협약의 문건까지 트집을 잡으며 간섭하고 있다. 사회적대타협의 기본이 되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아닌 ‘일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한다.

 누가 일을 더하고 싶겠는가? 이웃나라 중국도 정년을 반대하지만 유일하게 대한민국은 6, 70대도 일만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2016년 정년 60세전에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난리다. 정년까지 일을 하고도 한 달만 일손을 놓으면 생계가 불안한 대한민국이다.

 평생 일을 하고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 곳도 대한민국이다. 죽도록 일을 해도 3/4의 노동자는 생활임금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정부는 근로기준법의 개악을 만지작거릴 것이 아니라 행정력을 동원하여 근로기준법 준수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8시간노동으로 생활임금이 해결 된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해결하기 어려운 고용률 70%는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D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노동자가 50만여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에게 지금 한국은 일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다.

 저임금에 생활고를 겪는 대한민국의 노동자도 50만여 명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근로조건의 최저 수준인 근로기준법 준수만이 그나마 일하기 좋은 대한민국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