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상생하자더니…우정에 금가는‘화개장터’
영호남 상생하자더니…우정에 금가는‘화개장터’
  • 이성훈
  • 승인 2016.01.22 19:53
  • 호수 6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압 상인 5명 내쫓길 처지, 실거주자로 입점 제한
광양시는 지난해 1월 자매도시인 하동군을 방문, 화개장터 피해상인의 재건과 복구에 사용해 달라며 성금 700만원을 전달했다. 하지만 그동안 화개장터에서 물건을 팔았던 다압 상인들이 쫓겨날 처지에 놓여 영호남 화합도 차질을 빚게 됐다.

10여년 이상 화개장터에서 상점을 운영했던 다압주민들이 화개장터에 입점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상인들이 입점하지 못한 것은 단순한 사안이 아닌 영호남의 상징이라는‘화개장터’의 상징성과 추첨 대상에서조차 제외돼 입점 기회를 놓친 다압면 상인들의 억울함 등을 감안하면 단순히 상인들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압 주민들은 상인들이 화개장터에서 상점을 운영하지 못할 경우 앞으로 하동군에서 경제활동은 물론, 각종 교류행사도 중단하겠다고 밝혀 적지 않은 파문이 예상된다. 당장 오는 3월 매화축제 때 하동군과 함께 추진할 예정이던 영호남 화합 줄다리기도 자칫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어 광양-하동 단체장들과 정치권의 대책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 20일 다압면사무소에서는 정현완 다압면발전협의회장과 화개장터에 입점했던 상인들, 공무원들이 만나 대책 회의를 열었다.

하동군에 있는 화개장터는 2014년 11월 27일 화재로 소실된 후, 난전을 포함한 전체적인 정비작업을 마치고 새롭게 입점자를 선정하고 있다. 하지만 하동군이 입점 자격을‘하동군민으로서 하동군 관내에 3년 이상 거주한 자’로 제한하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그동안 화개장터에 입점했던 호남권 상인들은 재입점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화개장터에는 82개의 점포가 있는데 호남권 상인들은 구례 1명과 다압면에 살고 있는 상인 5명 등 총 6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하동군은 주소지만 하동으로 옮겨놓으면 입점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다압 상인 5명은 10여년 전 주소를 하동군으로 옮기고 화개장터에 입점해 장사를 해왔다. 하지만 하동군이 이번에 기준을 바꾸는 바람에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생계를 걱정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나물과 감, 밤 등 광양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팔고 있는 상인 이건희씨는“각종 세금은 물론, 선거도 하동에서 하면서 화개장터에서 장사를 해왔는데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쫓겨날 처지”라며 “사전공지도 없이 이렇게 퇴출되게 생겨서 너무 억울하다”고 울먹였다.

이관엽씨는“뭐라고 말할 수 없이 비참한 심정”이라며“거리에서 장사를 하던지 어떻게 하던지 화개장터에서만 장사해주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다압 상인들은 단순히 자신들만의 물건만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마을 주민들이 손수 가꾼 농산물들을 모아 판매해주며 마을주민들의 생계도 일부 책임지고 있다. 하동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하동로타리클럽 회장도 역임했다는 이진구씨는“하동과 광양, 특히 다압은 한가족이라고 생각하며 한평생을 살았는데 그동안 다압과 하동의 정서는 무시한 채 이렇게 홀대해서 너무나 서운하다”고 한탄했다.

화개장터에 10여년간 농산물을 실어 날랐다는 손진영씨는“그동안 화개장터에서 장사해온 것도 감안하지 않고 실거주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입점자 추첨 대상에서조차 제외된 것에 대해 분노한다”며“82개 점포 중 5개도 주지 못하면서 이게 무슨‘화개장터’이며 영호남 화합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화개장터 상징성 무시한 처사” 분노

지난 20일 다압면사무소에서 열린 화개장터 입점자 관련 주민회의. 화개장터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인 상인들(맨앞)이 비통한 심정으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하동군은 화개장터가 영호남 상생과 화합의 장소인 만큼 광양과 구례에 특화점포를 각각 1곳씩 배정해 입점시킨다는 공문을 지자체에 보냈다. 구례군은 1명이기 때문에 하동군의 의견을 수용한 반면, 광양시는 이런 처사에 더욱더 반발하고 있다.

상인들은“5명이 그동안 고생하며 장사를 했는데 누구를 선정하라는 말이냐”며“차라리 장사를 안하고 말지 하동군의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다압 상인들과 주민들이 분노를 터뜨린 것은 ‘화개장터’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경남과 전남을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구례, 경남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물론, 여수, 광양, 남해, 삼천포, 충무, 거제 등에서 뱃길을 이용해 미역, 청각, 고등어 등 수산물을 가득 싣고 와 화개장터에서 팔았다.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 역시 영호남의 상징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결국 화개장터는 하동군에 있지만 그 상징성을 일반 전통시장과는 전혀 다르다는 주장이다.

정현완 다압면발전협의회장은 “상인 5명이 입점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광양시의 자존심, 영호남의 상징성을 깨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다”고 규정했다.

정 회장은“다압은 행정구역상 광양이지만 생활권은 하동”이라며“다압 주민 대부분이 하동에서 경제생활을 하고 학교도 하동에서 나오며 한가족처럼 생활했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이런 지역적인 정서와 현실은 무시한채 하동군이 규정만 앞세우며 일방적으로 다압 상인들을 내쫓는 것은 영호남 화합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으로가 문제

정현완 발전협의회장의 지적대로 이번 다압 상인들의 입점 배제는 하동군과의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압 주민들은 상인들이 입점하지 못할 경우 하동군에서 경제생활을 중단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현완 발전협의회장은 “다압주민들이 하동에서 해마다 사용하는 돈이 얼마겠느냐”며 “다소 불편하겠지만 하동과의 교류를 일체 끊고 옥곡, 광영, 중마동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는 3월 열리는 제19회 광양매화축제에 남도대교에서 섬진강을 끼고 있는 구례군과 하동군, 광양시 3개 시군 주민 300여 명이 함께 참여하는 ‘용지 큰줄다리기’ 영호남 화합행사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장했다.

손영기씨는 “일단 상인들을 화개장터에서 임시로 장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점포가 비면 입주해주는 방식으로 대책을 세워달라”며 “이대로 물러나는 일이 없도록 시가 적극적으로 움직여달라”고 호소했다. 정 회장도“이 사안은 일선 공무원들이 해결할 수 없다”며“시장님과 의원님들이 하동군과 잘 협의해 상인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