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들이 좋더라
동문들이 좋더라
  • 귀여운짱구
  • 승인 2008.05.01 09:22
  • 호수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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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초, 중, 고, 대학 동문회에 참여하고 있을 것이다. 동문회에 가는 날이면 보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간혹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감에 넘쳐 좌중을 휘어잡으며 떠드는 친구 녀석을 보면 괜히 기가 죽어 ‘나는 뭐냐?’며 속이 상할 때도 있다. 반면에 ‘그리 좋은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닌데 가봐야 별 것 있겠냐?’ 하며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면서 동문회에 불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동문회는 잘나고 못나고를 떠나서 오직 선배, 동창, 후배들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동문들과 어울려 세상 살아온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가?
어릴 때 다정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눈가엔 주름이 잡혀 있다. 선배들도 나이가 들어 이미 직장에서 은퇴했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들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그렇게 될 것이다. 세월의 흐름을 누가 무슨 힘으로 막을 수가 있겠는가마는 천만다행인 것은 동문모임에는 정년이 없다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지적(知的)인 친구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눈빛만으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편안한 친구가 좋다. 그리고 젊은 날에는 친구와 전화나 문자로 이런 저런 소식을 나누었지만 이제는 직접 만나 가까운 앞산이라도 함께 거닐면서 서로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고 싶다. 거기에 한 잔 술을 나누며 마음을 훈훈하게 녹인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비슷한 것끼리는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서로 통하는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상대방을 알아 볼 수 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처럼 술을 좋아하면 술친구가 많고 책을 좋아하면 책 친구가 많다. 꽃밭에 뒹굴면 몸에서 꽃향기가 풍겨나고 시궁창에 발을 담그면 고약한 냄새가 뒤따른다.
좋으면서도 비슷한 것들을 끌어당겨야 그 인생이 향기로워진다. 이렇듯 우리도 동문들의 향기 속에 동행을 하다보면 좋은 향기가 스며들어 행복한 마음을 가지고 살게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동문이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전자석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질세계에서는 사물들이 원인과 조건으로 결합된 힘에 의해서 존재하게 된다. 씨앗과 물, 햇빛과 기름진 흙이 있으면 새싹이 돋아난다. 이런 요소들 중에서 한 가지만 빠져도   새싹이 돋아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이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여겨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물은 그것이 사라질 조건과 환경을 만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만약 물질이 인과율(因果律)을 벗어날 수 있다면 더 이상 원인과 조건들이 필요 없게 되기 때문이다.

동문들의 모임도 이런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얻은 이 자리는 다른 사람들의 협력과 공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과 지금 우리가 이나마 잘 지내고 있는 것은 누군가의 수고 덕분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친절한 수고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느 것 하나 즐겁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나는 ‘모교가 존재했기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모교와 동문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이다.

우리 동문들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인생살이 하면서 힘들거나 외로울 때 가슴으로 전해오는 인정어린 말보다 값지고 귀한 것은 없을 것이다. 세상살이가 어려워 눈물을 흘리고 있을 적에 말없이 손수건을 건네주며 두 손 꼭 잡아주는 동문의 손길에서 삶의 의미를 얻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바람처럼 왔다가 지는 꽃잎과 같이 사라지는 외로운 나그네들이다.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 서로에게 사랑을 전할 때 진정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도, 세상과 이별할 줄 아는 지혜도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서로의 마음을 열고 따뜻한 얼굴로 맞이하며 서로에게 행복을 전하는 행복의 전도사가 되자. 동문회가 활성화되면 즐거운 인생이 절로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