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손에서 어르신까지…“역사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고사리 손에서 어르신까지…“역사는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
  • 이성훈
  • 승인 2018.03.09 18:05
  • 호수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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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시민들이 일궈낸‘기적•화합’…4개월의 여정

제99주년 3·1절을 맞아 광양역사문화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과 명예회복,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날, 참석했던 사람들은 일제히 만세를 부르며 제막식 건립 의미를 되새겼다.

광양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 1일 광양역사문화관 앞마당에서 독립유공자와 후손,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추진위는 지난해 10월 24일 광양시청에서 발대식과 함께 시민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모금에는 각종 사회·자생·시민단체와 기업체는 물론 어린이들의 저금통까지 모금이 이어졌다.

정현복 시장은 지난 1월 10일 2017년 12월 말 광양시 인구수 기준으로 시민 한명 한명의 뜻을 담아 시민 1인당 1원을 책정, 15만5857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역 언론사들도 소녀상 건립 취지에 공감, 광고를 통해 후원하고 제막식을 할 때까지 지속적인 보도로 뜻을 함께 했다.

이렇게 십시일반 모은 금액은 목표액 8000만원을 훌쩍 넘어 지난달 23일까지 123일 동안 학교와 기업 등 단체 130여 곳과 600여 명의 개인으로부터 1억200만원을 모금했다.

문성필 추진위 사무국장은“당초 8000만원을 목표로 달성할수 있을지 내심 걱정도 많이 했는데 시민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매일 이어졌다”면서“소녀상 건립에 시민들이 하나같이 팔을 걷고 동참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광양 평화의 소녀상은 순수 청동 재질로 맨발로 선 채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두 손으로 들고 있는 김대승 작가의 입상(立像) 으로 세워졌다. 작가에 따르면 꽉 다문 입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죄를 받아내겠다는 의지를, 매서운 눈빛은 과거를 기억해 역사의 순환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비둘기는 다시는 전쟁으로 인한 인권유린이 없도록 기원하는 평화의 상징이다. 강제로 끌려갔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비참하고 굴욕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포함시키고, 복식이나 머리모양 등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작품을 완성했다.

소녀상 건립을 앞두고 광양읍 일부 상인들과 잠시 마찰이 있었으나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조금씩 양보하면서 마무리됐다.

노성희 추진위 집행위원장은“이런 역사적인 일이 제가 직접 참여하며 봉사했다는 것에 대해 정말 마음이 뿌듯하다”면서“소녀상이 왜 이곳에 세워졌는지 이제 학생과 시민들에게 더욱더 많이 알릴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집행위원장은“4개월 동안 함께 해주신 추진위원들, 성원을 보내주신 15만 시민들께 다시한번 감사드린다”며“평화의 소녀상 정신은 앞으로도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강용재 추진위 상임대표는“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는 이유이자 목적”이라고 말한다.

강 상임대표는“광양 평화의 소녀상을 출발점으로 삼아 시민들이 자주 찾아오는 장소이자 아이들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변모해야 할 것”이라며“광양의 역사·미래·평화를 넘어 한반도와 인류의 평화ㆍ화합 등의 얘기를 나누는 역사적 자리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