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대 광양캠퍼스 건립 ‘암초’ 만나
순천대 광양캠퍼스 건립 ‘암초’ 만나
  • 이성훈
  • 승인 2008.10.30 09:10
  • 호수 2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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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도시계획시설결정절차 중단 요청…차질 불가피
오는 2012년 개교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순천대학교 글로벌특성화대학 광양캠퍼스 건립이 차질을 빚게 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8일 국토해양부에 공문을 보내 광양캠퍼스 조성관련 도시계획시설 결정 절차를 중단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본지에서 입수한 광양캠퍼스 관련 진행상황 문건에서 밝혀졌으며, 29일 광양시의회 제166회 임시회 시정 질문에서 이돈구 의원의 광양캠퍼스 관련 질문에 황선범 행정혁신국장의 답변으로 공식 확인됐다.

교과부가 지난 28일 국토부에 건넨 문건에 따르면 “순천 지역사회 관계자 및 주민을 대상으로 광양캠퍼스 건립에 대한 공론화 및 여론수렴과정이 충분치 못했다”며 “민원이 계속 교과부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충분하고 심도 있는 여론수렴이 이뤄질 때까지 도시계획시설 결정 절차를 중단해줄 것”을 국토부에 요청했다.

교과부의 이 같은 방침에 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황선범 행정혁신국장은 29일 이돈구 의원의 시정 질문 답변 자리에서 “교과부가 지난 22일 순천대에 광양캠퍼스 설립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보내고 설립에 만전을 기한다는 공문을 보냈다”며 “그런데 교과부 스스로 캠퍼스 조성 절차 중단을 국토부에 요청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황 국장은 “현재로서는 교과부의 이 같은 방침에 확실한 답변을 할 수 없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돈구 의원은 “시와 순천대가 교과부의 결정에 대해 차질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의혹 ‘솔솔’
 
이처럼 상황이 급반전 한 것은 지난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광양캠퍼스 추진절차를 살펴보면 지난 22일 교과부는 순천대에 광양캠퍼스 설립을 승인한 후, 23일 국토부와 전남도에 공문을 보내 광양캠퍼스 설립에 대한 도시계획 관련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를 요청했다. 광양시도 24일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고 도시관리계획 결정권자인 전남도에 통보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해줄 것을 건의했다. 

국토부는 이에 27일 전남도에 교과부에서 추진하는 주요 정책임을 감안해 도시관리계획수립에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순탄하게 흘러갔던 광양캠퍼스 건립 계획은 전남도가 국토부에 보낸 답변으로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한다. 전남도는 같은 날 국토부의 공문에 대한 회신을 통해 “국가 주요 정책 사업으로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하지 않고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도록 국토부장관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한 경우에 해당되는지 회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도시관리계획시설 결정권자인 전남도가 사실상 한 발 물러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과부는 28일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도시계획시설 결정절차 중단을 요청했다.

시는 교과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데는 정치적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결정권자인 전남도가 갑자기 상황을 바꾼 것은 정치적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광양캠퍼스 건립을 반대하는 정치권과 순천시민들의 압력에 전남도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또 교과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교과부가 최근 수장이 바뀌고 혼란스러운 입장에서 광양캠퍼스 반대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마저 들어오자 입장의 변화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상정 무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는 31일 예정된 전남도 도시계획위원회에 광양캠퍼스 도시관리계획 안건을 상정할 수 없게 됐다. 시는 “오는 11월 14일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에 이 안건이 상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부가 공식적으로 광양캠퍼스 건립 중단을 요청한 상황에서 다음 도시계획위원회에 이 안건이 상정될 지는 불투명하다. 광양시와 순천시로서는 교과부와 전남도의 입장 변화에 따라 현재로서는 이들 기관을 지켜보고 대응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조용히 추진했던 광양캠퍼스 건립이 이제는 공론화 된 것 같다”며 “정치력이 아닌 투명한 행정절차에 따라 캠퍼스 건립 추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순천대는 29일 교수협의회를 열고 광양캠퍼스 건립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결과 재적 인원 282명 중 169명이 투표에 참가해 찬성 129, 반대 31, 무효 1, 기권 8로 집계, 대다수 교수가 광양캠퍼스 건립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순천대 측은 “교수협의회 결과를 토대로 앞으로 다각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