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반드시 잡힙니다”
“범인은 반드시 잡힙니다”
  • 이성훈
  • 승인 2006.10.17 18:17
  • 호수 1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감으로 승진예정인 경찰서 수사과 정종일 경위
광양경찰서 강력수사팀 사무실.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인 이곳에서는 종일 전화벨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형사들도 숨가쁘게 움직이고 돌아다닌다. 강력범죄수사팀 1팀장인 정종일(52) 경위 역시 인터뷰 도중에도 일반전화와 핸드폰이 끊임없이 울렸다. “항상 이렇습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이제 전화벨소리 마저 정겨워 집니다.” 정종일 경위는 지난 78년 경찰에 입문, 올해로 경찰생활 28년째를 맞이했다. “벌써 25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수많은 사건, 사고 속에서 파묻혀 살다보니 세월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줄 몰랐네요.” 정 경위가 그동안 경찰생활을 한 후 사건, 사고를 맡으면서 단 한번도 미궁에 빠진 적은 없었다. ‘범인은 반드시 잡힌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실오라기만한 단서를 가지고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면 범인은 반드시 잡힐 수 밖에 없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수십년 경찰생활을 하다보니 잊지 못할 사연도 갖가지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은 지난 96년 광양읍의 한 정화조에서 시체가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나선 사건이다. 당시 좀처럼 증거를 포착하지 못한채 미궁에 빠질뻔 했했다. 그러나 부검을 통해 위속에 남아있던 소화되지 못한 귤을 발견한 것이 결정적 단서였다. 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에 착안. 광양에 있는 모든 술집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술집에서는 귤을 반으로 잘라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나 몇몇 가게에서는 귤을 자르지 않고 그대로 제공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끈질긴 탐문수사끝에 사건 착수후 일주일만에 범인을 검거했다. 술집 종업원이 범인이었던 것이다. 범인은 살해 후 시체를 정화조에 버려 완전 범죄를 노렸으나 정화조 작업을 하던 직원에게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오랫동안 형사생활을 하다보니 사건 현장에 들르면 감이 옵니다. 일종의 축적된 경험이지요. 한눈에 보면 자살인지 타살인지 느낌이 옵니다.” 범인을 잡는데는 실오라기만한 단서를 확보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따라서 사건 현장 보존이 형사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어느정도 용의자가 윤곽에 들어오면 범인이 다닐만한 곳에 잠복에 들어간다. 광양을 손바닥 훑듯이 훤히 알고 있어서 미리 길목을 차단한다. 행여 외지로 빠져나갈 경우에는 각 톨게이트에 비치된 CCTV를 철저히 검사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가슴아픈 사연도 많다고 한다. 죄를 지었으면 엄격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인간적으로 안타까울때도 많다. 정 경위는 특히 생계형 범죄와 청소년 범죄가 그렇다고 한다. 몇 년전 한 청소년이 절도죄로 구속될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소년의 머리는 울긋불긋 염색을 한 상태. 정 경위는 소년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되면 틀림없이 구속될 것으로 알고 심사를 받기전 미용실로 데려가 염색을 지우는 등 소년의 몸을 단정히 가꾼후 선처를 호소했다. 결국 그는 구속을 면했고 청년이 된 지금도 찾아와 고마움을 전한다고 한다. 정 경위는 시민들이 좀더 성숙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 각종 시위로 전ㆍ의경과 시위자들이 다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부당한 처사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한 시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폭력시위로 변질될 경우 서로에게 상처만 남깁니다. 시위하는 사람이나 막는 사람이나 모두 국가, 사회, 가정에서 소중한 분들입니다.” 그는 후배들에게도 시민들의 인권을 더욱더 중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틈나는대로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정 경위는 특히 축구를 좋아한다. 그는 지난 87년 광양경찰서 축구팀인 ‘큰솔’을 창단한 주역이기도 하다. 지난 91년 경위로 승진한 후 15년 만에 경감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누린 정 경위는 “그동안 묵묵히 지켜보며 갖은 고생을 한 가족들에게 가장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경찰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 입력 : 2006년 01월 26일 11:3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