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서울, 홈 경기장이 ‘후끈’
전남-서울, 홈 경기장이 ‘후끈’
  • 태인
  • 승인 2008.05.08 08:44
  • 호수 26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린이날 연휴인 지난 3일. 광양축구전용구장을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군 금세기 최고의 축구경기가 펼쳐졌다. 국내 프로축구 흥행의 보증수표인 F.C 서울과 올 시즌 홈경기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절대지존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 드래곤즈. 최근 경기에선 F.C 서울이 전남보다 극명히 앞선다.

서울은 전남과 최근 3경기 연속 승리와 함께 3경기 연속 무실점, 2경기 연속 1-0승리, 04년 7월25일 이후 6경기 연속 무패로 전남을 월등히 앞선다. 반면 전남은 올 시즌 2승1무4패 서울의 절반에 해당하는 승점 7점으로 10위. 공이 둥글다는 사실 외에 전남이 서울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희박했다.

전남은 이번 경기에서 승점 1점만을 챙긴 3-3 무승부로 다소 아쉬움을 남겼지만 서울과의 경기에서 홈경기 무패의 행진을 이어갔고, 선제골을 넣고 역전을 허용한 후 다시 동점을 만들었다는 점은 큰 수확이다.

전남의 화력은 경기 초반부터 매서웠다. 객관적인 전력은 무의미하다는 시위라도 하듯 전반 1분 만에 유홍열이 서울의  왼쪽 수비 진영을 파고들어,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만들며 빨랫줄 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크로스바를 강하게 흔들었다. 비록 골로 연결을 시키지는 못했지만 서울의 귀네슈 감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고감도 슈팅이었다.

전반전 전남이 9개, 서울이 6개의 슈팅을 했지만 골대를 살짝 살짝 빗겨가며 아슬아슬한 경기를 펼쳤지만 득점 없이 끝낸 양 팀은 후반 들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선제공격의 포문은 전남이 열었다. 전남은 후반 시작 2분 만에 수비 진영에서 정인환이 한 번에 넘긴 볼을 김태수가 받아서 골로 연결했다. 다시 2분 만에 슈바가 두 번째 골을 터뜨리며 서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연속 두골을 성공시킨 배경을 보면 서울의 아킬레스건이자 최고의 강점인 이을용, 이민성이 버티고 있는 미드필드 진영을 생략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김태수의 골은 수비에서 최전방 공격수까지 한 번에 넘어와 순식간에 골로 연결시켰다는 점. 두 번째 골은 서울의 수비 진영에서 유홍열이 가로채기 한 볼을 반대편 슈바에게 연결, 슈바의 발끝에 정확히 걸리며 골네트를 흔들었다.

공격전술이 미드필더를 거쳐야만 세밀하고 정확한 플레이가 나오지만 노련한 서울의 미드필드 진영을 거쳐가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한 번에 연결되는 지름길 작전이 더 주효했던 것이다.
그러나 후반전 경기가 진행될수록 전남은 최전방 공격수와 수비라인의 간격이 점점 더 벌어지기 시작했다. 서울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후반 13분 이청용 선수가 기습적인 역습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드디어 토종 최고의 지략가 전남의 박항서 감독과 외국인 최고의 전술가 서울의 귀네슈 감독의 용병술이 불꽃을 튀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전남은 공격수 김태수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외국인 용병 시몬을 투입하며 공격을 더욱 강화했다.
서울의 귀네슈 감독도 정조국 선수를 투입시키며, 공격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서울의 정조국은 귀네슈 감독의 용병술에 보답이라도 하듯 교체되자마자 후반 31분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남의 박항서 감독도 한치의 양보 없이 후반 36분 고기구와 이규로를 투입하며 맞불작전을 폈다.

결국 전남은 후반 39분 데얀에게 역전골을 허용했다. 하지만 경기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고기구가 천금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며, 홈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승리하면 승점 3점이 주어지는 프로축구 정규리그 규정이 없다면 양 팀에게 승점 5점이라도 주고 싶을 정도로 전남과 서울은 모두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홈 안방에서 불패신화를 이어가길 기원하는 만여 명이 넘는 전남의 팬들과 연휴기간 7시간 넘게 고속도로 정체를 뚫고 광양원정을 나선 서울의 서포터스 모두에게 미련도 후회도 없는 경기를 보여준 한판이었다.

다시 이번 주 일요일 전남은 울산현대와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3승3무2패 승점 12점으로 6강에 턱걸이 하고 있는 울산과 홈경기에서 승점 3점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전남의 필사적인 경기가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또한 서울과의 경기에서 보여줬던 1만 명의 노랑물결의 함성이 다시 한 번 광양 벌을 울린다면 드래곤즈는 승전보를 전해줄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