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6:05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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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종렬 목사 / 마하나임 커뮤니티교회
인간의 몸은 70퍼센트가 물이다" 물의 결정 사진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에모토 마사루는 물의 결정사진에 관한 책을 시리즈로 내고 있다.

그의 글도 참으로 감동적이며 설득력 있는 내용이었지만, 여러 가지 글을 보여준 물의 결정사진을 찍고 보니 긍정적인 언어와 부정적인 언어에 따라 잘 짜여 진 아름다움과 일그러진 그림이 나오는 등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더라는 내용이다. 물의 결정 사진만으로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놀라운 책이었다. 우리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우리 몸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물을 깨끗하게 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지금 세상이 이렇게 혼돈과 공허, 전쟁과 폭력, 온갖 질병과 죽음이 극에 달한 것은 우리가 그만큼 물을 오염시킨 것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에게 물을 주신 창조? 斂?지구의 2/3를 물로 채우고, 사람의 몸 또한 2/3이상을 물로 채우며 우리에게 그것들을 잘 다스리라 하신 이유는 무엇일까? 에모토 마사루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런 창조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듯 싶다.

치수(治水)는 고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지도자의 능력으로 평가되었다. 고대 문명의 발생지가 물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돼 지중해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장의 나일강. 이집트인은 날마다 범람하는 나일강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일까. 고대 그리스인은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하였다. 지금은 이집트 문명이 나이강의 선물이라고까지 말한다. 나일강이 준 선물은 다름 아닌 나일강 유역의 비옥한 땅이다.

역사가 헤로도투수는 나일강 유역이 에티오피아에서 운반한 진흙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흙을 일구지 않아도 되고 적당한 시기에 씨를 뿌려 거두기만 한다면 된다고 기록했다. 신기한 것은 나일강이 해마다 범람하여 대홍수를 일으키는 데도 이집트인이 두려워하거나 막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의 황허도 자주 대홍수를 일으켰다. 중국인이 황허의 홍수를 막기 위해 일찍부터 치수사업을 벌인 것과 대조적이다. 이집트인이 홍수에 태연? ?것은 나일강 지역 홍수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일강은 집중 호우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는 홍수가 아니다. 나일강 상류에 위기가 시작되면 큰 비가 내린다. 7월부터 나일강 하류에 서서히 물이 불어나 10월에 최고조에 달한 후 점차 줄어든다.

그러므로 이집트인은 나일강이 불어나는 정도를 미리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물이 불었을 때는 피해 있다가 물이 빠지면 돌아온다. 물이 다 빠지면 나일강이 운반해 준 비옥한 흙 위에 씨를 뿌린다. 한편 델타지대의 호수·늪지대에는 파피루스가 밀생했다. 이것은 조선재로 이용되고 또한 제지재로서도 이용되어, 이집트의 문자·회화를 발달시키는 중요한 기초가 되었다.

이같은 범람은 이집트인들에게 치수·측지·천문학의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 유역에 흩어진 집단들을 광범위하게 결부시키는 힘이 되었다. 정기적 범람은 이집트인의 부활과 영원을 믿는 종교사상을 창출하는 데도 큰 구실을 했다.

한편 나일은 교통로·수송로로서 교역과 여행은 물론이고 군사행동·수송 모두가 나일강을 통해 이루어졌으므로,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달했다. 나일강 유역의 암석은 이집트인의 창조력을 가장 크! 게 자극·개화시킨 자원이다. 중국의 젖줄은 북쪽의 황허와 남쪽의 창장(양쯔강이란 이름을 중국인은 거의 쓰지 않는다)이다.

그런데 황허는 대홍수를 자주 일으킬 뿐 아니라 기후조건도 나빠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가 닥친다. 그래서 황허의 별명이 '다스릴 수 없는 강'이다. 하지만 창장은 황허보다 자주 범람하지 않고 토질도 좋을 뿐만 아니라 곡식이 잘 자라는 기후다. 송대 이후로는 양쯔강이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로 중국인을 먹여 살렸다.

그런데 왜 중국문명은 황허에서 시작했으며, 양쯔강은 오래도록 중국역사에 등장하지 않았을까. 이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나 역시 치수가 가능했던 황허와는 달리 양쯔강은 당시의 기술로는 치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후에 양쯔강의 치수가 가능해지면서부터 이곳을 통해 많은 이득을 얻게 된다.

물은 잘 다스리면 우리에게 축복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엄청난 재난과 심판의 도구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역사 속에서 배울 수 있다. 불가항력적인 수해의 현장에서 누구를 원망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한 현장에서 불거지는 인재(人災)론을 단순히 분풀이 대상을 찾는 사람들의 덧없는 외침이라고만 치부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래서 더욱 수재민들의 고통에 가슴이 미어진다.

수해복구가 되어가고 시간이 되면 또 사람들의 상처도 아물어 가겠지만, 물은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바로 수신(修身)하여 제가(齊家)하고 있는지, 그리고 제대로 치국(治國)하고 치수(治水)하는지 말이다.
 

입력 : 2006년 0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