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파문, 무엇이 문제인가?
보도자료 파문, 무엇이 문제인가?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6:09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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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경찰서와 광양시가 보도자료 하나 때문에 단단히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일 광양시청이 기자들에게 배포한 보도자료가 광양경찰서에서 보낸 것으로 자료 내용 또한 왜곡된 것으로 나타나자 지역 노동단체들이 거센반발을 하며 광양경찰서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보도자료를 작성한 광양경찰서 강 아무개 계장은 집회로 인해 단속이 늘고 시민들의 항의전화가 경찰서로 많이 걸려와 지역여론을 수렴하는 차원에서 쓴 것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강 계장은 신문에 독자투고 형식으로 쓴 것이며 명의는 실수로 넣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보통 소방서나 경찰서 직원들이 독자투고를 통해 지면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독자투고 형식이 특별히 정해지지 않았지만 서술식으로 개인 의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경찰들도 집회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내놓을 수 있다. 이 자료도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떳떳하게 썼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 자료를 살펴보면 기사작성법과 유사하다. 또한 시민들의 의견을 직접 인용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기사로 볼 수밖에 없는 문장이다. 물론 독자투고를 이렇게 쓴다고 해도 특별히 나무랄 명분은 없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 자료가 얼마나 왜곡된 것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보도자료 제목은 ‘광양시민 불법집회 우려의 목소리 높아’이다.

건설노조는 7월까지 시청 앞 미관광장과 광양제철소 1문 앞 등에 집회신고를 낸 상태이다. 강 계장은 결국 포항에서 일어난 포스코 본사 점검 사태를 엉뚱하게 광양으로 끌어들여서 마치 건설노조가 불법집회를 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했다.
더 큰 문제는 자료에 포함된 시민들이 가상의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는 강 계장이 시인한 사항으로 이에 대한 책임은 피할 길이 없게 됐다. 지난 24일 민주노총에서 배포한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강 계장은 이 부분에 대해 “가상으로 만든 인물이다. 내가 만들어낸 사람들이다”고 실토했다.

독자투고라면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 논리정연하게 쓰면 될 것을 굳이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가상의 인물까지 동원시키는 바람에 노동단체들의 분노를 사게 된 것이다.
또한 독자투고면 반드시 소속과 이름이 들어가야 마땅한데 이 조차 실수로 기명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혹을 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24일 지역 노동단체들과 오진선 경찰서장과의 면담이 있었으나 오 서장은 특별히 문제될 게 없다는 인식이다. 민주노총 관계자에 따르면 오진선 경찰서장과의 면담 결과에 대해 오서장은 “파업이 불법에 이르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당했다”며 “다른 기관에서도 '우려' 수준의 입장은 밝힐 수 있는 것이고 홍보 기능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과 노동단체의 인식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물론 경찰 입장에서 충분히 홍보차원이라고 밝힐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이다. 왜곡된 내용을 통해 홍보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 자료를 배포한 광양시청 문화홍보실 역시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광양경찰서에도 보도자료나 독자투고를 배포하는 부서가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를 아무런 확인 없이 배포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문화홍보실에서 한번만 이 자료를 검토했더라도 이와 같은 상황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급기야 지난 21일 윤갑인재 건설노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관계자 등 지역 노동단체 대표들은 권흥택 부시장을 면담하고 강력히 항의했다. 오죽했으면 권 부시장이 면담 자리에서 이 자료를 보고 ‘괴문서’라니, ‘5공 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니 하면서 당혹함을 감추지 못했으랴. 

엄정한 중립을 지키고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광양시청과 광양경찰서 양 기관이 오히려 시민들을 혼란에 빠져들게 하고 있으니 광양시의 미래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입력 : 2006년 07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