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위원 당선자에게 바란다
교육위원 당선자에게 바란다
  • 광양신문
  • 승인 2006.09.13 16:12
  • 호수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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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이런 풍자적인 얘기가 유행했던 때가 있었다.
교육감이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해서 교실을 둘러보다가 창가에 놓여 있는 지구본을 발견하고 마침 지나가는 학생에게 물었다. “이 지구본의 축이 왜 이렇게 삐딱하게 기울어져 있느냐?” 학생이 “그거 내가 한 거 아닙니다”라고 대답한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 자리에 서 있는데 교사 하나가 지나가기에 “선생님, 이 지구본이 왜 이렇게 기울어져 있지요?”하고 물었더니 선생님 대답이 “그거 본래부터 그랬어요” 라고 하더란다.

교육감은 너무 기가 막혀서 교장선생님을 만나가지고 “이 지구본이 왜 이렇게 삐딱하지요?”하고 물었더니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그거 모르십니까? 그거 국산입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교육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총체적으로 표현한 풍자라고 할 수 있다.

학생이든 교사든 교장이든 진지하게 생각할 줄 모르는 형식적인 교육계를 꼬집는 얘기다.

학생의 경우,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책임회피와 책임전가의 유형이고, 교사의 경우 타성적 무기력, 무관심에다가 한번도 그걸 생각해본 일이 없는 무책임의 유형이고, 교장선생의 경우, 무지와 왜곡, 불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교육계는 ‘무목적ㆍ무관심ㆍ무감동ㆍ무책임’ 등 이른바 ‘4무(無)주의’ 에 빠져있다.

비전이 없는 교육은 죽은 것이다. 올바른 목적의식과 방향설정이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목적과 방향이 상실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교육계의 현실이다. 또 증오나 미움보다 더 무서운 게 무관심이다. 선생과 제자의 서로에 대한 무관심, 학교와 가정과의 무관심, 공교육과 사교육의 불필요한 무관심 등 교육계 전반에 대한 무관심은 치유되어야 할 긴급 문제인 것이다.

사람은 감동을 먹고 사는 이성적 존재이다. 왜, 공부와 수업이 지루한가? 그것은 재미와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감동을 주는 수업, 감동을 주는 따뜻한 말 한 마디, 감동적인 훈훈한 선행 등은 삭막한 이 시대의 오아시스나 다름이 없다.

 왜, 정치와 사회가, 교육계가 시끄러운가? 그것은 감동이 없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진실한 눈빛과 감동적인 눈물 한 방울은 갈등과 대립을 씻어주고 이념을 초월하여 사람을 만든다. ‘감동을 먹여주는 교육’ 이것이 우리의 긴급과제이다.

목적이 아무리 분명하고, 관심이 많고, 감동을 준다 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책임지는 지도자가 없다면 교육은 한낱 구호와 외침에 지나지 않는다. 구호와 전시행정, 한순간의 이벤트로 교육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책임있는 교육 지도자들이 나서서 책임 있게 이끌고 봉사하며 헌신해야 어지러운 이 현실을 타파할 수 있다.
 

입력 : 2006년 08월 0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