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자 투고] 광양에 계신 정동복 형님께
[애독자 투고] 광양에 계신 정동복 형님께
  • 광양뉴스
  • 승인 2019.01.04 19:40
  • 호수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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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부 (사)한국문인협회 충남 서산지회 감사

광양에 계신 정동복 형님께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무술년(戊戌年) 한해도 숱한 미련과 아쉬움을 남긴 채 황망히 저물어 갔고, 이제 내 마음에 남은 따뜻한 사랑과 깊은 관심은 기해년(己亥年) 새해에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영양분으로 써야한다고 다짐해 보는 이때, 그간 안녕하세요?

지난번 역사탐방으로 전북 고창군 선운사에 가서 본 글 인데 낯모르는 사람끼리 길에서 소매를 스치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이라도 모두가 전생의 깊은 인연에 의한 것임을 이르는 『타생지연(他生地緣)』이란 말을 읽었습니다.

흔히“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우리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으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된다고 했습니다. 정동복 형님과 나는 충남 태안의 고향 선후배로서 정말 격의 없이 자란 친형제와도 같은 사이였습니다.

집 뒷산에서는 무성한 떡갈잎 숲속에서 노란 꾀꼬리가 구슬프게 울어냈고, 집 앞 복파지 둠벙에는 붕어, 송사리며, 미꾸라지가 지천으로 놀고 있었지요.

그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고향산천을 떠나 지금은 각자 주어진 환경에 따라 형님은 광양에서 개인택시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고, 나는 34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한 후,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 총연합회 서산지회 사무국장으로 그리고 서산 문인협회 감사로 활동하고 있지요.

그나마 한 동안은 명절 때라도 고향에서 만나 술잔을 기우리며 담소 할 기회가 있었으나 지금은 자녀들의 결혼으로 더더욱 우리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고 말았으니 참으로 애석하기 짝이 없습니다.

세월은 참으로 빨리도 흘러갔고, 그 빠른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우리는 벌써 70을 바라보고 있으니, 어쩌면 인생은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는 나그네와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마치 사진첩에 간직해 두었던 사진을 문득 꺼내보듯 잃어버렸던 그 시절의 추억이 파도처럼 밀려와 새삼 가슴을 뜨겁게 합니다.

형님! 이런 지나간 아름다운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그리움에 쌓였던가요? 그리고 오늘 날까지 아무 일 없이 이렇게 살아가도록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놀랍고도 크신 사랑. 아!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랑의 빛을 지고 살아왔습니까. 우리도 이제는 이런 사랑의 빛을 갚을 때가 왔다고 생각해 봅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진실한 자녀가 되고자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위한 처방이며 우리가 사람됨의 의무라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사랑을 돌려줄 그 무엇을 찾아 우리 함께 가시지요. 창밖에선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

(최병부 감사는 서산에 살고 있으며, 서산의 지역신문인 서산시대와 같은 건물에서 일하면서 매주 광양신문을 꼼꼼히 챙겨 보는 애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