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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21.10.15 17:34
  • 호수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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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규
광양YMCA 이사장

마삭줄꽃 향기 나는 골목

5월 17일 광주 동명동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5.18 전야제’를 살피러 옛 도청으로 걸어가는데, 어스름한 골목에서 일행을 사로잡는 향기가 났다.

“이게 무슨 향기지? 저 대문 위를 장식한 덩굴인데, 무슨 꽃일까?”

마삭줄꽃이었다. 수도권에서 오신 분이 당장 자기 집에도 심겠다고 했다. 마삭줄은 남부 수종이라서 중부지방에서는 얼어 죽으니까 실내에서 화분으로 키우라고 알려줬다. 이렇게 향기로 사람을 사로잡는 꽃들이 많다.

백합화나 은방울꽃의 진한 향기, 꿀벌이 즐겨 찾는 아카시아 나무 꽃이나 이름난 향수의 재료가 되는 금목서꽃 등.

마삭줄꽃 향기도 손꼽을 만한데 중부권에서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덜 알려졌다.

그리고 마삭줄이 땅바닥에서 따닥따닥 기어가는 것을 주로 봤기 때문에 나무 기둥으로 크는 것인 줄을 모른다. 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담장 위로 기어 올라가서 하얀 꽃을 피우는 마삭줄, 광양읍 골목을 다니면 마삭줄 담장과 그것을 즐겨 가꾸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먼저 목성리‘도심의 터’라는 간판을 걸고 주막을 운영하는 이용재 씨. 그 집 정원이 2020년「제1회 남도 예쁜 정원 콘테스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대뜸 광양읍을 더 아름답게 꾸미고 축제를 열 수 있는 좋은 소재로서 마삭줄을 내세운다.

△ 광양읍 ‘도심의 터’와 ‘영달이 골목’ 담장 위의 마삭줄
△ 광양읍 ‘도심의 터’와 ‘영달이 골목’ 담장 위의 마삭줄

마삭줄을 골목 담장이나 가로수, 공원 등지에 가꾸어서 마삭줄꽃 향기가 진동하게 만들면 독특한 축제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 그의‘도심의 터’담 위에는 마삭줄이 잘 손질되어 있다.

다음으로 우산리 야생화배양소장 문준호 씨. 야생화 영농조합법인에 참여한 그는 마삭줄 품종을 200여 종이나 모았다.

그중에서도 150종 정도의 무늬마삭은 광양, 순천, 여수, 고흥 등 전남 동부권에서 자라는 토종들이다. 마삭줄이 수도권에 실내 화분으로 공급되면서 좋아하는 사람들이 형성되고 있으므로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하기 위해서 키우고 관리하는 법을 유튜브로 배포하면서 마삭줄도 판매한다.

마삭줄은 잎에 광택이 있고 꽃이 향기로우며 단풍도 든다. 마삭나무 또는 덩굴나무라고 부르듯이 수명은 나무와 같다. 짧은 공기뿌리를 큰 나무의 껍질에 살짝 붙이며 올라가므로 자라는 장소를 빌려준 나무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다. 공해에 강하며 미세먼지를 분해시키는 10대 식물 중에서도 최고다. 환경에 따른 잎 모양의 변화가 많아서 국가기후변화생물지표종이기도 하다. 꺾꽂이로 번식하기 쉬우므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 나무처럼 세울 수도 있고 담장을 덩굴로 덮을 수도 있다.

마삭줄은 5월 중에 꽃이 피면 20일에서 한 달 가까이 가는데, 꽃향기가 진할 때 축제를 할 만하다. 게다가 적절한 시기에 잘라 주기만 하면 한 해 두 번도 꽃을 볼 수 있고, 덩굴로 자라기 때문에 다양한 수형을 만들기도 좋다. 봄이면 여린 잎을 보고 여름철 들면서 꽃을 보며 가을이면 단풍까지 보게 되어서 질릴 틈이 없는 조경수.

이러한 특징을 가진 마삭줄로 조경을 한 집들이 광양읍에서 쉽게 찾아진다. 목성리 성황과 개성 마을의 경계가 되는 영달이 골목 안 두 집의 흙돌담을 장식한 마삭줄, 칠성리 호북과 성북 마을의 주택 담장, 마산마을 삼광사 담장, 우산리 내우마을 울타리와 우산공원 주변에 마삭줄이 치렁거린다. 창덕아파트 옹벽은 마삭줄, 인동초, 아이비 세 종류의 덩굴식물을 섞여서 매우 조화롭다.

이에 광양시의 도시 미관을 가꾸는데 마삭줄을 활용하기 바라며, 곧바로 심어야 될 곳을 들어본다. 진월면 망덕 정병욱 가옥을 비롯한 망덕 횟집들의 뒷산을 절개하여 대략 30미터 정도의 시멘트 옹벽이 생겼다.

정병욱 가옥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옹벽이 큰 배경으로 나와서 흉측스럽기 짝이 없다. 섬진강과 망덕산의 경관을 해치는 그 엄청난 옹벽에는 마삭줄, 능소화, 인동초, 담쟁이 같은 덩굴식물을 섞어서 심기 좋은 자리다.

광양읍은 마삭줄을 잘 가꾼 집이 있으므로 공공의 장소에 시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서천변의 광양교, 서산교, 서천교 등 3~4개 다리와 옛 철교에 마삭줄을 중심으로 한 덩굴식물을 올리면 철 따라 다양한 꽃과 덩굴이 볼거리가 될 것이다. 둔치 한 곳에 마삭줄로 미로 숲을 만들 수도 있고, 전봇대와 가로수에도 올릴 수 있다. 전남도립미술관과 도시재생 사업으로 재탄생하는 문화 창고의 주변에도 이러한 덩굴식물 장식이 필요하다. 교육청과 각급학교의 담장도 마삭줄을 심기 좋은 곳이다.

골목 정원을 손질하는 봉사단 활동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관공서가 아닌 주택과 마을은 정원 가꾸기 봉사단을 활용하여 심고 가꿀 수도 있다. 집안에 야생화 화분을 가꿀 정도의 문화시민의 활동은 여러 형태로 펼쳐갈 수 있을 것이다. 이왕이면 향기 나는 꽃으로 주택과 골목을 비롯한 도시 공간을 채워가는 문화도시 운동의 제안이다. 내 집과 우리 동네 골목부터 꽃향기 풍기는 문화도시를 가꿔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