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칼럼] 드러내면 위기, 겸손하면 기회
[위기관리 칼럼] 드러내면 위기, 겸손하면 기회
  • 광양뉴스
  • 승인 2022.11.04 12:23
  • 호수 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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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 작가

사람은 자기가 이뤄놓은 공적과 업적을 자랑해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나르시시즘의 본능을 지녔다. 물론 모수자천(毛遂自薦)의 고사성어에 등장하는 모수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마케팅 차원에서 자기를 어느 정도 드러내는 것은 좋다. 하지만 더불어 함께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면서 안정된 생활을 하려면 자기를 자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논어』에서 공자는 자기가 높이 오르고 싶으면 남을 먼저 높이 오르게 하고,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보다 자기가 남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먼저 돌아보라고 했다. 그렇다. 자기 자랑을 하기보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남의 장점을 칭찬해주고 높여주면 자기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줄일 수 있다. 

『도덕경』에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낮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는 말이 있다. 낮은 곳에 머무는 겸손은 양보이고 겸허이며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묵시적인 의사표시이다. 또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며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겸손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공통점을 지녔다. 첫째, 말수가 적고 남의 말을 잘 경청한다. 남의 말을 경청한다는 말에는 상대방을 존경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이다. 둘째, 겸손한 사람은 상대방과 공감하려 애쓴다.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며 상대방의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이다. 셋째, 겸손한 사람은 예의 바르다. 

예의를 잘 지킨다는 것에는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의미와 시대적 상황과 주어진 여건에 맞춰 적정하게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상대방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상대방이 긴장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게 하는 사람이 겸손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에게는 위기가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자기 자랑을 하거나 자기를 드러낸다는 것은 다른 사람보다 자기가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표징이다. 

위기와 적게 접하기 위해서는 너무 앞서가는 것보다 자기를 낮추는 겸손한 마음으로 적당히 뒤처져 따라가는 편이 낫다. 너무 앞서가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를 견뎌내야 하고, 선두를 노리는 경쟁자의 칼날에 다칠 염려가 적잖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2등보다 1등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말도 일리는 있다. 1등이 2등보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1등의 뒤에는 남들에게 드러나지 않는 많은 고통이 수반된다. 그래서 특별하게 사는 것보다 보통사람처럼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1등의 자리에 선뜻 앉지 않는다. 

왜냐하면 1등의 자리에 올라 단명하기보다는 2등의 자리에서 장수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의 논리에 의해서 돌아가는 현재의 세태는 1등에 준하는 권력이 없으면 강자의 힘에 의해서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뒤에 있기보다는 앞서 나가는 편을 택하고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보다 멀리 볼 수 있고 다양한 것을 볼 수 있듯이 1등의 자리에 있으면 2등의 자리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등의 자리에 머물려고 하지 말고, 기꺼이 겸손한 마음으로 1등 같은 2등의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 위기를 줄이고 기회를 늘리는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