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에서 당신은 무엇이 보이십니까?
이 그림은 수년 동안 어떤 개념을 설명할 때 사용했던 그림이고 누구도, 한 번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그림이었는데 3년 전 쯤, 중학교 교실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수업을 진행하던 도중 남학생들을 중심으로 책상을 두들기는 등 작은 소란이 일었다.
수업의 주제가 “다양한 관점 수용하기”였기에 나는 이 그림을 화면에 띄워놓고, 물 반 컵을 보면서도 사람에 따라 “물이 반 컵이나 남았네?” 혹은 “물이 반 컵 밖에 안 남았네?” 또는 “음~ 물 반 컵이 있구나.” 등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을 하려던 참이었는데 그 학생들은 뭘 갖고 그런 반응을 보였던 것일까?
짐작한 분이 계실지 모르겠으나 소란의 원인은 바로 손가락이다.
그림 속 손가락 모양은 일부 여성관련 온라인 사이트에서 남성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사용돼 왔기 때문에 청소년의 입장에서는 ‘꼴페미’ ‘메갈X’이 먼저 떠올려졌던 모양인데, 내가 저 그림을 구글에서 검색해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훨씬 오래전부터라 이런 논란이 오히려 뜬금없다 이 녀석들아~!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진리를 실감하며 내가 가리키고자 했던 방향을 향해 그들의 시선을 다시 맞춰 가면서 수업을 진행해 나아갔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있었던 일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3.8 세계 여성의 날
1977년 유엔에서 세계여성의날을 정한 이후 2018년 우리나라에서도 법정기념일로 지정해 매년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데 뜻있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올해는 광양에서 조촐하게라도 행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나왔다. 그렇게 뜻을 모아가던 중 어떤 이가 대뜸, ‘정치인이 주도’하는 행사를 같이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대하는 것이었다. 정치인이 주도한다니? 듣다보니 그 사람이 말하는 정치인이란 (자기가 싫어하는 어떤 정당의) 한 사람만 계속 특정하는 것이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시민은 뜻을 같이하는 시의원, 정당인, 전업주부, 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시민’이 모여 각자 역할을 하자는 것인데 그 정당 사람이라서 안 돼? 그 사람은 광양 시민이 아닌가? 그리고 그 정치인이 혼자 뭘 주도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사람은 자기가 보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만, 보이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아는 만큼만 보는 아집에 갇히는 경우도 있기에 한걸음 물러서서 한 박자 쉬었다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쳐다보는 답답함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