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칼럼] 애석촌음(愛惜寸陰) : 시간을 매우 아끼다
[고전칼럼] 애석촌음(愛惜寸陰) : 시간을 매우 아끼다
  • 광양뉴스
  • 승인 2023.04.22 15:14
  • 호수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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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br>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신이 인간에게 금수저든 흑수저든 똑 같이 부여해 준 것이 시간이다. 어떻게 보면 가장 공평한 것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촌음(寸陰)은 아주 짧은 시간을 뜻한다. 만약 신이 나에게 하루에 8만6400원을 준다면 어떻게 쓰겠는가. 단 그 돈을 쓰지 않는다면 자연히 소멸된다고 한다. 하루의 시간을 초로 환산하면 8만6400원인데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쓸까를 말할 때 강사들이 인용해서 많이 쓰는 말이다.

 1440은 하루를 분으로 나눈 것이다. 이 1440분을 백 등분 하면 14분40초가 된다. 그래서 일촌(一寸)은 14분 40초에 해당된다. 대략 15분을 일촌으로 잡는다. 

우리는 삶속에서 시간을 벗어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간에 매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년 365일 무엇을 하든지 시간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시간을 가볍게 그냥 모래알 같은 시간으로 여기지만 시간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時刻)으로 바라볼 때 시간의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의 가치가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가에 따라 각각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년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1년간 준비한 수험생에게 묻고, 1개월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미숙아를 낳은 산모에게 묻고, 1주일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주간지의 편집자에게 묻고, 1일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다수의 자녀를 부양하는 일용직 근로자에게 묻고, 1시간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만남을 위해 기다리는 연인에게 묻고, 1분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기차나 비행기를 놓쳐 목적지에 가지 못하는 사람에게 묻고 1초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끔찍한 교통사고에서 살아난 사람에게 묻고, 100분의 1초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올림픽 단거리 선수나 수영선수에게 물어보라. 그 100분의 1초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결정짓는다. 디테일하게 깊이 들어갈수록 시간의 가치가 중요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조상들도 시간의 중요성을 여러 곳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한자(漢字)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천자문(千字文)에 척벽비보 촌음시경(尺璧非寶 寸陰是競)이라고 했다. 한 자 되는 벽옥(碧玉)이 보배가 아니요, 한 치의 광음(光陰)이 보배이니 분초(分秒)를 다투어 아껴야 한다는 뜻이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도 〈권학(勸學)편〉에 소년이로학난성(少年易老學難成)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 나오는데 여기에서 말한 일촌이 약 15분을 말한다. 소년은 늙기 쉽고 배움은 이루기가 어려우니, 일촌(一寸:약 15분)의 짧은 시간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말이다. 그만큼 시간을 중요성을 강조 했다. 

시간을 아낀 대명사로 중국 하(夏)나라의 개국황제 우(禹)임금을 가장 많이 예로 든다. 우임금이 시간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든지 우석촌음(禹惜寸陰)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다. 

고대 전설상의 요순(堯舜)시대에 황하가 20년이나 홍수가 계속 되었다. 요임금은 우의 아버지 곤에게 치수(治水)를 맡겨 홍수를 막아내게 했다. 곤은 번번이 실패했다. 요(堯)임금은 홍수를 해결하지 못하고 순(舜)임금에게 양위를 하고 죽는다. 

순임금이 이어받아 정치를 잘하고 태평(太平)성세를 구가(謳歌)했으나 치수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아 곤의 대를 이어 아들 우에게 맡겼다. 우는 아버지의 실패를 교훈삼아 13년 동안 온 정성을 다하여 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하면서 물길을 결국 잡았다. 

치수공사가 한창일 때 여교라는 처녀와 결혼을 하는데 휴가는 겨우 4일밖에 허락되지 않았다. 다시 공사장에 나온 우는 공사에 몰두했고 시간을 아끼느라 자기 집 앞을 세 번이나 지나가면서도 한 번도 집을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과문불입(過門不入)이라는 고사성어가 바로 이때 여기서 나왔다. 우의 아내 여교는 계(啓)라는 아들은 낳아 잘 키워서 우임금의 공을 지키는데 모자람이 없도록 만들었다.

요즘 근로 시간으로 노사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근로시간은 시대에 따라 다르고 일하는 각 회사 특성에 따라 다르다. 서로 양보해서 절충점을 잘 찾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시간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퇴근 후 각자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논어(論語)》 〉양화편〉에 “자왈(子曰) 성상근야(性相近也) 습상원야(習相遠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공자가 말하기를 사람의 천성은 서로 비슷하지만, 습성에 따라 서로 멀어진다.”는 말인데 사실상 시간의 소중함을 말한 것이다. 

의역하면 사람이 세상에 태어 날 때는 모두가 비슷비슷 하지만 그 사람이 어떤 습관에 치우쳐 시간을 썼느냐에 따라 나이 들어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는 이야기다. 간단해 보이고 논어에서 비교적 짧은 문장이지만 500여 문장 중에 가장 좋은 10개 문장 안에 들어가는 명문장이다. 

이 명문장도 시간을 소중함을 말한다.